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진다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
피노키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놀랍게도 피노키오가 사는 세상에서는 원래 피노키오만 저주에 걸려 코가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면 모두가 코가 길어진다고 한다. 피노키오가 사는 세상에서는 거짓말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바람에 모두가 거짓말을 알아차리고 마는 세상은 착한 사람들로 넘쳐 날까?
거짓말 탐지기를 코에 달고 다니는 기분은 다소 유쾌하지 않겠지만,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얹고 질문하는 게임처럼 재밌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 같다. 거짓말 탐지기 앞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거짓말인 줄 알면서 하는 말을 듣기 위해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나의 게임처럼 즐기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거짓말은 정말 나쁜 걸까
피노키오는 동화답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켜 사람이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모두가 아는 해피엔딩 동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은 나쁜 거라 진정한 사람이 되려면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이 나쁜 걸까
게임의 룰을 잘 익히지 못한 사람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점점 자란단다."
피노키오, 진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착해져야 한단다.
피노키오 中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여전히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지만 사소한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정을 드러내는 것이 때로는 무례함 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음식이 맛있어?라는 사소한 물음에는 요리한 사람의 노고와 마음을 생각해서 맛있다고 해주는 게 더 좋다. 행여나 나의 입맛을 정말로 궁금해한다면 덧붙여 취향에 대해 설명하면 그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은 많은 상황에서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는 사회에서의 관계를 가족, 연인,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까지 지속적으로 같은 답을 한다면 진심이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거짓말에 대한 답은
듣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거짓말은 빛이 되기도 혹은 어둠이 되기도 한다. 사실 거짓말에 대한 답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없는 말이라도 듣기 좋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동안이라는 칭찬을 누군가에게 했을 때, 정말 평소에 피부에 신경을 쓰고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며 외모관리를 많이 한 사람라면 듣는 사람은 정말 기분이 좋고 뿌듯해하겠지만 평소에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거나 동안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놀리는 건가? 하고 불편해하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선의의 거짓말은 지양해야 한다.
피오키오에서 등장하는 거짓말처럼 상황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바꾸어 버리는 거짓말은 당연히 사회에서 없어져야 하지만 점점 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에 선의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필요한지 궁금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피노키오가 사는 세상과 달라 구별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미 많은 이들의 코가 점점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피노키오, 이제 넌 진짜 사람이 되었단다.
피노키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