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아무렇지 않게 어린이실에 드나들게 되면서, 피터팬이라는 아주 유명한 동화책을 찾았다.
어린아이 일 때 만난 피터팬은 요정 팅커벨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초록색 모자와 초록색 옷을 입은 소년이었다. 나는 어른으로 자라날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피터팬은 여전히 그대로 소년이다. 어른이 된 나에게 피터팬은 환상에 가까운 희미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남아있다.
피터팬의 이야기는 웬디라는 소녀와 그 동생들이 피터팬과 함께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라는 아이들만 존재하는 꿈의 섬에 도착해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로 피터팬과 싸우며 악어에게 한 팔을 잃은 후크선장, 그리고 피터팬의 단짝 요정 팅커벨이 등장한다.
피터팬이 어떻게 영원히 자라지 않는 섬 네버랜드에 살게 되었을까
피터팬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사는 게 행복할까
웬디는 피터팬 그리고 꿈의 섬인 네버랜드를 그리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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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피터팬은 의문투성이었다.
구체적인 것과 현실에 등장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마법 같은 이야기였다.
피터팬(한국차일드아카데미)
나와 함께
꿈의 섬으로 가자
피터팬을 읽는 동안 하늘을 나는 게 굉장히 부러웠다. 팅커벨의 요정 가루를 뿌려서 잠시라도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혼자 만의 즐거운 상상 속에 어느새 웬디와 동생들은 꿈의 섬에 도착해있었다.
네버랜드는 왜 꿈의 섬이 되었을까
어린 시절 놀고, 먹고 자고 또 놀고, 가끔 또래만 있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른들은 규칙과 규율을 나열하며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기에만 바쁠 뿐이었다. 다행히 나는 말을 잘 듣는 아이로 자라났지만 가끔은 맨발로 흙을 밟고 자유롭게 놀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시선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꿈처럼 짧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꿈은 때로는 생생하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대부분 짧게 지나가버린다. 지나간 것은 늘 아름답게 기억될 확률이 높다.
피터팬은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아이지만, 생물을 함부로 죽이는 잔인함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악역이 피터팬이고, 후크 선장이 영웅이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정확하게 경계를 나눌 수 없다. 모두가 상황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동화 속에서 네버랜드를 아이들만 사는 꿈의 섬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영원한 어린아이
피터팬은 행복할까
현실에도 제법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로봇이 스스로 인식하고 학습하는 AI.. 곧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오고,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게 하는 투명망토와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하는 순간이동도 곧 머지않아 가능해질 것이다. 어린 시절 영화 속에서 보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영화는 인간이 로봇이 되거나 사후 세계가 존재하거나 영원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욕심도 그중 하나로 끊임없이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영원한 삶을 꿈꾸던 진시황제는 불로장생 약으로 수은을 사용했는데 오히려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불로장생은 원초적인 인간의 영원한 꿈이었다.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지만 사람들은 즐겁기보다는 점점 바빠 보인다. 나이가 들어 쓸 돈을 미리 노동이 가능한 시기에 벌어 두어야 하고, 늘어난 수명만큼 의료비 또한 많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피터팬이 아니다.
피터팬처럼 자라지 않고 늙지도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한다면 철도 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이들의 자유로움은 때론 아직 모르는 것으로부터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가 피터팬이 될 수 있다면,
영원히 자라지 않는 꿈의 섬에서 평생 어린아이로 남을 것인가
아무리 하늘을 날 수 있는 피터팬이라 해도 어쩌면 그건 벌 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도깨비의 김신처럼 그건 상이자 벌이다.
슬프지만 주름이 늘어가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