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생각나는 게 베이글이라니

by 미쓰당근


여행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칭 ‘미식가’(다른 이들의 눈엔 ‘대식가’로 보일 수도)인 내 경우엔 정말 그렇다. 처음 먹어 보는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먹어 본 음식이라도 원조의 나라에서 그 나라 대표 음식을 찾아 떠나는 맛집 투어는 늘 설레고 행복감을 안겨 준다. 그래서 음식만 만족스러워도 여행지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그러니 전 세계의 요리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갖가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즐비한 뉴욕을 여행하기 전 내 마음은 얼마나 꿈에 부풀었을까.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니 가이드북이나 여러 블로그,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찜해 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맛볼 수는 없었지만. 하지만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은 먼 곳도 마다않고 열심히 찾아다니며 먹었다.

덕분에 미국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피자에서부터 뉴욕의 대표적인 빵 종류인 프레즐과 베이글, 그리고 유명한 스테이크, 달콤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등의 각종 디저트, 그리고 그리스 해산물 요리, 타이 음식, 차이나타운의 중식 등 뉴욕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다른 나라의 음식도 즐기며 행복한 미식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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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엄선한 맛집 리스트 중 여행가기 전부터 가장 기대를 했던 곳은 브루클린에 자리한 어느 스테이크하우스였다. 뉴욕 최고의 맛집 가운데 1,2위를 다툰다 하고, 뉴욕의 스테이크하우스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며 각종 매체에서 추천했던 130여 년 전통의 레스토랑!

예약은 필수, 한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짜에 먹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래, 미국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스테이크를 먹어 줘야지.’ 하며 여행가기 전 동생에게 예약을 부탁했더랬다.


과연 그 유명세답게 스테이크하우스를 찾은 날은 평일이었는데도 자리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드디어 영접(?)하게 된 뉴욕 대표 스테이크는 과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으로 육즙의 감칠맛과 씹는 맛이 살아 있는, 매우 흡족한 맛이었다. 먹는 내내 여행 중 가장 밝은 얼굴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 함께한 친구의 전언이다. 음식값을 낼 때만큼은 밝게 웃을 수 없었지만.


음식으로 인해 여행이 즐겁고 풍성해지는 만큼 외국 여행을 다녀온 후에 종종 그 나라에서 먹었던 음식이 생각날 때가 있다. 뉴욕을 다녀온 후에는 가끔씩 ‘아, 너무 먹고 싶다.’ 할 정도로 생각나는 음식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그 유명한 스테이크도 값비싼 다른 음식도 아닌 아침마다 들렀던 동네 베이글 가게의 베이글과 크림치즈다. ‘오늘은 뭘 먹어 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수십 가지에 이르는 크림치즈 중 하나를 골라 구운 베이글에 발라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었던 그 맛이 이따금씩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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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뉴욕에서 먹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맛도 맛이지만, 관광객이 아닌 그 동네 주민처럼 베이글 가게에서 일상적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느낌, 낯설면서도 기분 좋았던 그때의 그 공기가 더해져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걸까.

그래서 내게 가장 ‘뉴욕스러운’ 것을 꼽으라면 쫀득한 베이글과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는 맛있는 크림치즈, 그리고 진한 커피의 맛이라 하겠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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