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얼마나 될까? 시내엔 큰 건물 치고 편의점 없는 건물이 없을 정도고, 동네 구석구석까지 편의점이 자리하고 있다.
뉴욕에는 델리가 우리나라의 편의점처럼 참 많다. 시내나 터미널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물론이고 동네 곳곳에 자리한 델리에서는 편의점처럼 스낵이나 음료 등을 팔기도 하고, 카페테리아처럼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샐러드를 비롯해 조리된 음식이 뷔페처럼 진열되어 있어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아 먹을 수 있어, 델리를 달리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뉴욕 사람들은 그런 ‘델리’를 애용하는 것 같다. 아침 출근길에 들러 커피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사거나 점심시간에도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여행 가서 돌아다니다 보면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 먹기가 애매할 때가 있는데, 뉴욕에서는 델리를 많이 이용했다.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도, 먹고 싶은 여러 가지 음식을 원하는 만큼 담아 먹을 수도 있어 꽤나 편리했다. 게다가 서빙을 해 주는 식당에서처럼 팁을 주지 않아도 되니 밥값 낼 때마다 손이 후덜덜 떨리는 물가 비싼 뉴욕에서 그나마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별 생각 없이 마음껏 담다 보면 그 무게만큼 가격이 훅 올라갈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처음엔 우리나라의 뷔페에서처럼 욕심껏 음식을 담았다가 계산할 때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다시 가져다 덜기도 뭐해 혼자 땀을 찔끔 흘렸었다.
델리에서 음식을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 열심히 먹다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공원에서 나 혼자 밥 먹을 일이 생길까 싶어서. 절대로 못 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원에서 혼자 도시락을 펼쳐 놓고 밥 먹는 일 또한 흔하게 할 것 같진 않으니까. 물론 요즘은 ‘혼밥’, ‘혼술’이란 말이 유행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서든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선 풍경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밥 먹는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 문화에서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혼자 먹는 게 오히려 편해서, 혹은 다른 사람들과 먹는 것이 성가시고 불편해서 등등의 여러 이유가 있음에도 혼자 먹으면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처럼, 사회성에 문제라도 있는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가끔 햄버거 가게나 카페테리아 같은 곳에서만 혼밥을 하는 정도인 비기너(?) 수준의 내가 여행을 가면 좀 더 대담하고 씩씩하게 혼자 밥을 잘 찾아 먹고 다니는 걸 보면, 그런 게 바로 여행의 힘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은 것일 수도 있지만, 단지 혼밥뿐만이 아니라 여행은 평소라면 잘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 볼 기회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그리고 용기를 갖게 해 준다.
해 보지 않은 일을 시도하다 보면 의외로 ‘가슴 졸였는데, 별거 아니잖아.’ 하고 자신감이 뿜뿜 붙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오, 이거 재미있는데?’ 하며 모르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경험들은 ‘이래도 되는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그동안 내가 못 한다고 안 된다고 생각하던 일들의 한계를, 또는 단정 지었던 편견을 허물어뜨리며 생각과 삶의 폭을 조금은 더 넓혀 준다. 그리고 그 폭이 넓어진 만큼 살아가는 데 뭐라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순 없지만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 준다.
이렇게 델리에서 혼밥 한 이야기로도 여행 예찬이 가능하니, 여행이란 얼마나 좋은 것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