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이 캔버스

by 미쓰당근


거리의 벽이, 멀쩡한 건물 외벽이, 바닥이, 때로는 우체통, 쓰레기통까지도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캔버스가 되어 버리는 곳이 바로 뉴욕이 아닐까.

정말 이 도시에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다 모여든다는 말이 맞구나 싶게 어딜 가나 그래피티를 볼 수 있다. 그림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갤러리를 둘러보는 기분마저 든다.



요즘이야 우리나라에서도 관광 마을로 조성해 놓은 **벽화마을, ○○벽화마을 같은 곳에 가면 골목 사이사이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낡고 밋밋했던 골목이 새 옷을 갈아입은 듯 환해진 것은 물론 사진 찍기에도 좋아 인기를 끈다.

나도 벽화마을에 처음 놀러 갔을 때는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신이 나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런 벽화마을이 여러 지역에 하나둘 계속 생겨나면서 그 흥미도 차츰 시들해지는 것 같다. 벽화를 그린 이도 다르고 그림도 모두 다른데, 어쩐지 어느 지역의 벽화마을을 가도 비슷비슷한 느낌이 드는 거다. 그러니 자연히 신선함도 재미도 떨어지고 마는 것.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계획에 의해 꾸며진 것이다 보니 모든 그림들이 하나같이 다 예쁘고 귀엽고 보기 좋기 때문이 아닐는지. 예쁘고 보기 좋은 것이 뭐가 나쁘냐고? 그것도 좋다. 하지만 거리의 예술가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린 규격화되지 않은 그래피티에는 생각지도 못한 다양성과 상상력 넘치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당연히 예쁘고 착한(?) 그림들만 있는 게 아니라 성적인 의미가 담긴 야한 그림도 있고, 경찰을 조롱하는 의미를 내포한 그림도 거리낌 없이 그려 놓았다.



실제 그래피티는 흑인들과 반항적인 청소년들이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그린 장난스러운 낙서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래피티가 사회적으로 큰 도시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하지만 인종 차별이나 에이즈 퇴치, 핵전쟁에 대한 반대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그래피티가 나타나면서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며 낙서로 치부되었던 그래피티를 새로운 회화 양식으로 발전시킨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그림들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유명하다. 지난번 서울에서 열렸던 그의 전시회를 갔더니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의 줄이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세계적인 아티스트도 시작은 그래피티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거리에서 맘껏 펼칠 수 있는 자유롭고 예술적인 사회 분위기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많이 탄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그들의 느낌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우선일 듯싶다.

하지만 현실은, 내 집 도로 앞에 그런 그래피티가 마구 그려진다면 십중팔구 집값 떨어진다고 난리가 나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