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퀴즈 프로그램에선가 세계 거대 동상에 관한 문제를 본 적이 있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예수상, 그리고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이 둘보다는 조금 덜 유명한 것이었을 또 다른 거대 동상 중 가장 높이가 높은 것이 무엇인지를 맞히는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상 높이가 뭣이 중요하다고 문제로 냈을까 싶지만, 아주 오래 전에 본 장면인데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그때 꽤나 이 퀴즈의 정답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 그래서 어느 것이 가장 크냐고요?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높이는 46m로, 47m의 받침대 위에 세워져 전체 높이가 93m이고, 브라질의 예수상은 높이가 33m로 받침대 높이를 빼더라도 자유의 여신상 승! 오른쪽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어 올리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손에 횃불까지 들고 있으니 세상을 끌어안는 듯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예수상보다 클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 자유의 여신상에 가기 위해서는 로어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고 리버티섬으로 가야 하는데, 페리의 줄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도 기다리는 데 시간이 꽤나 많이 소요된다는 이야기에 굳이 리버티섬까지 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섬까지 가지 않더라도 스테이튼 아일랜드와 맨해튼을 오가는 교통수단인 무료 페리를 타면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원래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는 스타일도 아닌 데다 코앞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어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고 하고, 게다가 공짜라니 이 얼마나 좋은 방법이란 말인가.
맨해튼에서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향할 때는 배의 오른쪽에, 되돌아올 때는 반대쪽 갑판에 자리를 잡아야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는 깨알 정보도 챙겨서 페리에 올랐다. 묵직한 기적 소리와 함께 배가 천천히 움직이며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가 앞으로 나가가며 자유의 여신상도 조금씩 더 크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하며 매우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이 딱 손가락만 하게 보일 때쯤이었다. 아, 얄궂게도 배는 자유의 여신상을 저 멀리 두고 쑥쑥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그렇게 내게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하긴 이 페리의 목적지는 리버티섬이 아니니 당연하지.
그리하여 100m 가까이 되는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은 내겐 10cm의 아담한 여신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는, 공짜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귀감이 될 만한 여행 후일담이 되겠다.
나에겐 그저 작은 동상이었지만, 자유의 여신상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뉴욕의 랜드마크일 뿐만 아니라 그 동상에 담긴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에는 전쟁과 독재,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자유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Give me your tired, your poor,
Your huddled masses yearning to breathe free,
The wretched refuse of your teeming shore.
Send these, the homeless, tempest-tost to me,
I lift my lamp beside the golden door.¨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 현판에 새겨져 있는 에머 래저러스의 ‘새로운 거상(The New Colossus)’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자유’라는 고귀한 이상을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 미국. 단순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불법 이민자 밀입국을 막겠다며 국경에 더 높은 장벽을 쌓고 난민들을 향해 험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자의 나라, 미국은 지금도 자유의 여신이 이야기하는, 이민자들에게 자유와 희망을 주는 나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