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도 내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라고 외치고 다닌다. 이런 말을 하는 자체가 나이 들었다는 반증인가. 그렇다 해도 내 마음이 그러니 어쩌겠나. 나이 먹으면서 점점 탱탱했던 얼굴의 탄력이 떨어지고 몸에는 군살이 붙고 에너자이저 같던 체력도 갑자기 훅 떨어지는 건 완전 실감이 되는데, 생각이나 마음은 팔팔했던 20대 때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의 정신적 미성숙함을 너무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 같지만.
물론 나이를 먹으며 몇 가지 취향은 달라졌다. 취향이라는 것이 어떤 것에 대한 마음의 끌림이니 ‘예나 지금이나 마음은 같다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이나 마음의 큰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니까 뭐. 왜 자꾸 맘은 여전히 청춘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어쨌거나 달라진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렸을 땐 입에도 대지 않던 콩국수가 엄청 고소하고 맛있게 느껴진다거나 주말에 집에 있으면 좀이 쑤셔 나가 놀 궁리만 했는데, 요즘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해졌다거나 하는 거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대한 느낌도 달라진 나의 취향 중 하나다. 처음 뉴욕에 갔을 때만 해도 타임스퀘어는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신세계였다. TV에서 많이 봐 온 모습임에도 고층 빌딩들 벽면을 가득 메운 전광판들이 번쩍번쩍 빛나는 휘황찬란한 광경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리라는 위로 쭉 뻗은 중앙의 전광판에서 삼성과 LG 광고를 보았을 땐 괜히 으쓱해지는 맘이 들기도 했다. 타임스퀘어에 자리한 대형 디즈니 스토어나 초콜릿 스토어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했고,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신이 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멋지다고 생각했던 타임스퀘어에 일부러 찾아가진 않는다. 뉴욕에 가면 누구나 한 번은 가는 곳이지만, 그렇기에 늘 관광객, 사람들로 북적이며 정신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무리 속에서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꼈던 나의 취향이 바뀌어 이제는 유명 명소 하나 없더라도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느리게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더 마음이 가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명동에 가면 내가 지금 중국에 와 있나 싶을 정도로 외국 관광객들 천지인 것처럼 타임스퀘어도 외국 관광객들만 북적이는, 뉴욕이지만 뉴욕이 아닌 곳이란 걸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론 타임스퀘어에 대한 이런 생각은 지극히 사적인 취향에 대한 이야기일 뿐입니다만.
얼마 전 뉴스에서 타임스퀘어에서 일어난 해프닝 기사를 보았다. 오토바이 굉음을 들은 행인들이 그 소리를 총 소리로 오인하여 피하느라 이리저리 뛰고 숨고 넘어지며 아수라장이 되는 광경이었다. 미국 내에 총기 사고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오토바이 굉음에 모두가 순식간에 패닉 상태가 되어 혼비백산했을까 싶고, 무의식중에도 보이지 않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나저나, 그날 부푼 마음으로 타임스퀘어를 찾았을 수많은 관광객들은 취향이고 뭐고 다 떠나서 과연 그곳을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발동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