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누워서 하늘을 봐

by 미쓰당근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우습게도 ‘여긴 하늘이 왜 이렇게 넓은 거지?’였다. 땅이 넓으니 하늘이 넓은 게 당연한 건가 싶다가도 하늘에 건물이 들어차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하늘이나 미국의 하늘이나 그곳에는 해와 달, 별과 구름밖에 없는데, 왜 유독 미국의 하늘은 더 넓어 보이던지. 그냥 마음에서 비롯된 눈의 착시 현상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뉴욕에서는 하늘을 참 많이 보았다. 그것도 드러누워서.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몸도 마음도 여유로운 여행 중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딜 가나 곳곳에 쉬었다 갈 수 있는 공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뉴욕에는 동네의 작은 공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브라이언 파크, 워싱턴 스퀘어 파크, 매디슨 스퀘어 파크, 톰킨스 스퀘어 파크, 배터리 파크 등등, 그리고 그 유명한 센트럴 파크까지. 비싸기로 소문난 금싸라기 같은 도심의 땅에 돈이 되는 상업적인 건물들만 빼곡하게 세우지 않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휴식의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 놓은 것이 뉴욕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특히 센트럴 파크의 크기는 맨해튼 면적의 4분의 1로 남북 길이가 4,1km, 동서 길이가 0.83km에 달한다고 한다. 그저 수치상으로는 그 넓이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공원을 천천히 다 돌아보려면 하루는 족히 걸려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은 코스를 짜서 돌아보기를 권한다.’는 여행책의 가이드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면 공원이 얼마나 넓은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맨해튼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뉴욕의 심장’이란 말이 딱이다 싶다.


센트럴 파크 안의 연못


나도 센트럴 파크에 여러 번 갔지만, 매번 그 안에서 길을 잃기 일쑤여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쉬다가 가까운 출입구를 찾아 나오곤 했다.

수줍게 고백하자면 센트럴 파크의 드넓은 잔디밭을 처음 본 순간, 이곳이 나의 로망을 이룰 수 있는 곳이구나 생각했다. 어렸을 때 외국 영화에서 보았던, 온통 초록의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드넓은 잔디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의 모습이나 햇살 쏟아지는 푸르른 잔디에 예쁜 블랑켓을 깔고 누워 와인을 홀짝거리며 책을 읽는 모습은 그렇게 여유롭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공원이 생겨서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잔디밭에 앉아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잔디밭을 생각하면 ‘잔디 보호’,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과 함께 바운더리가 쳐진 모습부터 떠올랐으니, 푸른 잔디밭만 보면 드러누워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그런 소박한 로망을 품게 된 것일지도.


그 작고도 작은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볕이 좋은 날이면 작은 블랑켓과 책 한 권, 그리고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센트럴 파크로 갔다. 비록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진 못했지만, 차마 예쁜 피크닉 바구니까지는 챙겨 가지 못했지만, 또 안타깝게도 내가 자리를 잡는 곳마다 커플들 천지라 옆구리가 더더욱 허전해졌지만,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과 햇살과 솔솔 부는 바람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렇게 누워서 오래오래 바라본 하늘은 눈이 부시게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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