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뉴욕의 랜드마크쯤 되는 빌딩이다. 그래서 뉴욕에 여행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빌딩을 보러 갈 것이다. 사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맨해튼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까이에서든 멀리에서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뾰족한 꼭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도 처음 뉴욕에 갔을 때 난 이 빌딩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구글 맵 하나면 나 같은 길치도 길을 잃을 일이 없지만, 그땐 여행책의 지도를 보고 찾아다녔으니까. 사실 뉴욕은 가로는 스트리트, 세로는 애비뉴, 바둑판식으로 아주 잘 구획되어 있어 길 찾기 참 쉬운 도시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참을 이리저리 헤매다 빌딩 앞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이란! ‘이게 그 유명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구나.’ 하며 나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빌딩을 올려다보았더랬다.
앗, 그런데 아래서 바라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그저 거대한 빌딩일 뿐이었다. 그 높은 빌딩을 바로 앞에 가서 바라보니 잘 보일 턱이 있나.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걸음을 옮겨 가며 카메라 렌즈를 이리 대 보고 저리 대 봐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체를 멋지게 담아낼 수는 없었다.
그런 일이 어디 이뿐이겠나. 사실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전체를 바라보기 힘들 때가 많다. 다섯 장님이 각자 코끼리의 일부분을 만져 보고 어떤 이는 코끼리가 벽과 같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기둥, 어떤 이는 굵은 밧줄 같다고 이야기했다는 이솝우화처럼 우리들 대부분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내가 보고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물론 다섯 장님들이 각자 만져 본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다. 비록 그들이 만지고 느낀 것은 코끼리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경험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옳고 다른 이들은 모두 그르다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세대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빈부 격차의 갈등 등 점점 더 자신과 입장이 다른 것을 배척하고 과격하게 비난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나 역시 일상생활 속 크고 작은 일들에서 내 생각, 내 사고방식과 맞지 않는 것을 배척하고 반감을 드러내곤 한다.
그렇다고 세상일이란 게 절대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식으로 살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것에든 그것의 본질은 존재할 테니까.
그렇기에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도록 전체를 조망하며 작은 것의 디테일까지도 볼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뉴욕을 처음 여행하는 친구와 함께 다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러 갔다. 이번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보리라 작심하고 록펠러 센터의 ‘탑오브더락’이라는 전망대에 올랐다. 그것도 일몰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기에 사람이 제일 북적거리는 시간에. 10여 년 전 고분군투하며 사진에 담고자 했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나의 가상한 노력에 보상이라도 하듯 사진엽서 속 모습처럼 카메라 프레임에 멋지게 들어왔다.
하지만 영화에서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예약하고 몇 시간이나 기다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바라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그 전경은 너무나 멋졌지만, 땀 뻘뻘 흘리며 찾아 헤매다 바라보았던 그 옛날의 감흥만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