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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당근 Nov 01. 2020

아름다운 거절

떠나고 나니 더 잘 보이는 것들 4

살다 보면 거절을 당할 때도, 또 내가 거절을 해야 할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요구나 제안,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는 거절이 마음 편한 사람이 있을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거절을 하는 쪽이나 거절당하는 입장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지난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동료와 후배가 꽤 있었다. 물론 거절을 너무 칼같이 해서 야박하단 소리를 듣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일하다 보면 업무적으로 자신의 영역 밖의 일이나 상황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다. 그것이 상사의 요구나 부탁이라고 하면 더더욱.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상대방의 요구나 부탁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 답은 아니다. 그건 직장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도 그렇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디 거절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상대방에게 자칫 일하기 싫어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또 스스로도 거절을 함으로써 좋았던 관계가 끊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거절도 '잘' 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언젠가 보았던, 탤런트 김혜자 씨의 이야기를 담은 강연 영상은 거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다.

강연자는 예전에 김혜자 씨에게 인터뷰 요청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연예인들이 워낙 바쁘다 보니 대부분은 매니저를 통해, 또는 아예 답을 하지 않는 '무답'으로 인터뷰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달랐단다. 10분 만에 본인이 직접 답 문자를 보내왔다고.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김혜자예요.

저는 이제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 중입니다.

정신은 맑지만 몸이 무겁네요.

드라마 보시고 좋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작가의 산뜻한 의도를 잘 표현해 보려고

이리저리 상상해 보며 연기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길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마음이 몹시 분주하고 여유가 없다는 얘길 하느라고요.

말실수를 잘해서 본래 인터뷰를 겁나하는데…

이해해 주세요.♡♡♡


문자만 봐도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가 느껴지는 듯한 답장, 인터뷰 못 한다는 거절의 답을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보내왔던 것. 강연자는 이 문자를 받고 세상에는 따뜻한 거절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단다. 이를 계기로 강연자는 김혜자 씨를 만나게 되기까지 10개월 동안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거절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또한 진심을 다한 거절은 오히려 관계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이야기했다.


한 여배우의 향기로운 인품이 드러나는 일화이기도 하지만,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똑같은 거절의 말이라고 해도 나의 진심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거절은 다를 수 있다는 것.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분명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때 상대방이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거절이라면 분명 상대방도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남의 진심이야 뭐든 상관하지 않는 무데뽀 소통 불능 사람이라면 모를까.

어떤 거절도 잘 하지 못하는 당신, 혹은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하고 너무 차갑게 거절하는 당신, 거절만 '잘' 해도 직장 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사진 출처 : JTBC <눈이 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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