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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헌 Aug 28. 2024

나는 이렇게 반응한다. 내 마음의 작용 모델

우리 마음이 작동하는 구조적 원리

  다시 감정에서 출발해 보자. 감정은 생각 및 행동과 상호작용한다. 그동안의 설명을 토대로 한 마음의 작용 모델은 다음과 같다.


   

  이 모델은 뇌 과학의 많은 논증 속에서도 오류 없이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인 제임스 클리어는 인간 행동의 네 단계를 신호, 열망(느낌), 반응, 보상(느낌)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저자가 설명하는 반응은 행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위 모델에 적용시키면 정보 – 감정 – 행동 – 감정이다. 다른 행동 단계들도 모두 대입이 가능하다.


  붓다의 마음 과학


  그런데 문제는 해탈을 한 붓다가 인간의 몸을 관찰하고 깨달은 방식이다. 우선 붓다에 대한 종교적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이 부분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자. 붓다는 깨달은 사람이다. 바로 마음의 비밀을 깨닫고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해탈의 방법을 깨달은 사람이다. 해탈의 방법이란 바로 마음의 수련 방법, 즉 명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붓다는 신이 아닌 인간이며, 붓다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여러 명이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야기하는 모든 명상과 관련된 내용은 종교적인 것과는 무관하다. 즉, 신에게 복을 비는 행위가 아닌 자기 스스로 행동하는 마음의 수련 방식임을 명확히 해둔다.


  다시 돌아와서, 당시 인도에는 수많은 명상과 수행법들이 있었는데, 붓다의 발견이 독특한 점은 바로 감각과 반응의 관계를 알아낸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의식 – 지각 – 감각 – 반응의 순서로 작동한다.

   

1. 의식은 인식 행위,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2. 지각은 인지행위로 좋다, 나쁘다의 평가를 내린다.

3. 감각으로 들어온 정보에 가치가 부여되면 유쾌하거나 불쾌함을 느낀다.

4. 감각이 유쾌하면 갈망을 일으킨다. 감각이 불쾌하면 혐오를 일으킨다. 이것이 반응이다.


  이것이 해탈을 한 붓다가 인간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깨달은 방식이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인데, 명상을 통해 해탈의 경지에 직접 도달한 붓다야 말로 마음의 가장 훌륭한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감정이 필요하다. 감정의 작용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1. 정보가 들어오면 무조건 감정 뇌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며

2. 정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감정이기 때문이며

3. 감각에 반응하여 고통을 만드는 것이 감정 뇌의 화학반응과 신경반응이기 때문이다.


              

  5감과 생각의 접촉에 의해 의식이 생기고, 지각에 감정에 더해지면 좋다, 싫다의 판단을 하며, 감각에 감정이 더해지면 유쾌, 불쾌의 가치판단이 생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을 하게 된다. 바로 감각에 반응하는 것에서 고통이 생기고, 따라서 이곳이 고통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움직인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해하는 모델과 약간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도 명상을 통해 경험을 하기 때문에 감각이라는 것은 분명히 온몸에 존재하며, 세상과 나의 사이에는 감각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감각이라는 부분과 반응이라는 부분이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1. 감각에 대해서 감정이 관여한다.

2. 감정과 생각 사이에는 감각이 있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감각이 있다. 외부의 정보와 감정 사이에는 감각이 있다.

3. 감각에 감정이 관여하면 유쾌, 불쾌를 느끼고 이에 대해 반응한다.

4. 반응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일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반응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화학반응과 자율신경계를 움직이는 신경 반응인데, 그렇다면 행동에 의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에 의해 행동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를 다시 정리하면 모델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5감과 생각에 의해 감각이 일어나고, 이는 감정에 의해 필터링되어 반응을 만들어 낸다. 몸의 반응에 따라 나의 행동이 만들어진다. 결국 감정은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은 감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여기서도 감정을 중심으로 생각과 행동을 만드는 단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모든 정보는 감정 뇌를 중심으로 먼저 필터링되기 때문에 감정을 중심으로 그려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붓다의 마음과도 큰 틀에서 차이점은 없어진다. 물론 붓다의 마음이 지각과 감각을 구분함으로써 좀 더 세부적이긴 하다. 하지만 지각과 감각을 구분해서 느끼는 것이 쉽지도 않고, 큰 틀에서 이해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델도 추후 새로운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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