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어있고, 확률로 존재하며, 변화하는 현상이다

by 정헌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다. 원자들이 모여 거대한 우주를 형성한다. 미시세계들이 모여 거시세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둘은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거시적 은하의 세계는 멀리서 보면 별들로 가득 차 보인다. 미시적 원자의 세계도 멀리서 보면 빈틈없는 물체로 가득 차 보인다. 하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거시적 은하의 세계는 가까이서 보면 텅 비어 있다. 별과 별 사이는 너무 멀어서 우리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가려고 해도 빛의 속도로 4.24년을 가야만 한다. 귤 크기의 태양이 서울에 있다면 가장 가까운 별은 티베트 고원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시적 원자의 세계도 가까이서 보면 텅 비어 있다. 원자핵이 귤이라면 원자 껍질의 전자 위치는 잠실종합운동장 크기이다. 원자의 빈공간은 99.9%이다.


너무 작은 미시적 공간이나 너무 큰 거시적 공간은 다름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가득 차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어있어서 같음이다.


결국 우리는 텅 비어있다. 우리 몸의 99.9%는 빈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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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단위의 소립자들은 입자이자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소립자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원자의 경우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는 구름의 형태로 표현되는데, 그 구름의 어느 한 점에 전자가 발견된다. 즉, 전자는 관측에 의해 발견될 확률로써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직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어쨌든 미시세계는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원자로 구성된 우리 몸도 어떤 형태로든 양자역학과 관련이 있으니, 우리는 텅 빈 공간에 발견될 확률로써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확률의 집합체이다.


그리고 우리는 변화하는 현상이다. 피부는 4주마다, 뼈는 5년마다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조 개의 세포는 1초에 380만 개씩 끊임없이 교체된다. 어릴 적 나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대체되었다. 나는 변화하는 현상이고 나와 같은 원소로 만들어진 온 세상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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