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검사] ② 반얀트리호텔 리모델링공사 횡령 사건 수사한 검사들
2003년 11월 노무현 정부는 검찰개혁의 하나로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을 폐지한다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참여정부 강금실 법무장관은 당시 국회에서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하는 등 현행 규정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2004년 검찰청법이 개정됐음에도 윤석열은 검찰총장이 되자, 법률에서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을 꺼내들었습니다.
2020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은 검사 전출식에 참여해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동일체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모든 검사들이 한몸처럼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상명하복은 물론, 직무상 동일한 관점으로 승계 등이 그 바탕입니다.
이런 검찰 조직문화 속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가는 컸습니다. 검사가 한 번 종결 처리한 사건의 결과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 내 아직 찌꺼기처럼 남아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가 검찰개혁을 제1과제로 삼았습니다.
뉴스하다는 검찰개혁의 동력이 되도록 검사들로부터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인해 상처 입은 피해자들을 취재했습니다.
제보자 K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을 피진정인 명단에서 빼자’는 한상훈 서울북부지검 검사의 말에 따른 것에 “후회가 막심하다”고 회상했다. 관련기사 : [잊지 못할 검사] ①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빼준 한상훈 검사 – 뉴스하다
K는 2018년 9월 처음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 반얀트리호텔 리모델링공사 관련자 4명을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혐의로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1년 6개월 동안 검찰 내부에서 오락가락 하다, 진정사건이 수사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로 2020년 3월 종결됐다.
해야 할 수사는 하지 않고 변죽만 울린 셈이다. K는 2020년 4월 대검찰청에 진정 사건 수사와 한상훈·윤인식 검사의 감찰(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노정옥 북부지검 검사가 대검에서 받은 진정사건을 2020년 6월 10일 종결 처분했다. 노 검사는 앞서 한 검사와 윤 검사 결정을 번복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K는 뉴스하다와 인터뷰에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는 북부지검에서 공람종결 처리된 진정사건을 ‘고발’로 강화해서 2022년 11월 24일 서울서부지검에 다시 고발장을 제출했다. 혐의를 횡령에서 배임으로 바꾸었지만 내용은 같은 취지였다.
진정은 범죄가 성립되면 처벌해달라는 의미이고, 고발은 ‘범죄행위이니 처벌해달라’는 뜻이 들어있다.
이 고발사건은 북부지검과 같은 이유로 2023년 11월 각하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쌍용건설 하청업체 대표를 피고발인으로, 김석준 회장을 공범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이 또한 각하됐다.
K는 쌍용건설이 반얀트리호텔 리모델링 공사대금을 ‘코스트(비용) 플러스(+) 피(수수료)’ 방식으로 공사한 것처럼 꾸며서 공사대금 942억 원을 허위로 부풀렸다고 설명했다.
코스트 플러스 피는 총 도급금액을 정하지 않고 공사원가에 일정한 이윤을 더해 정산하는 계약 방식이다. 실비정산방식이라고도 한다.
K는 실제 공사대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현금 지급한 436억 원이 전부지만 외상 공사로 더 시공한 것처럼 꾸몄다고 판단했다.
이후 시행사 대주주들, 김석준 회장, 쌍용건설이 서로 공모해 공사대금 942억 원을 쌍용건설이 B2B(기업간)전자어음으로 하도급업체들에게 지급한 다음 세금과 수수료를 빼고 되돌려받았다는 것.
K는 이같이 실비정산방식으로 공사대금이 늘어나는 것처럼 가장한 허위 공사는 시행사와 쌍용건설 간 긴밀한 공모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식은 설계도면 미완성 등으로 인해 사업 전체 공사비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계약자를 우선 선정해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 적용된다.
K는 반얀트리호텔 리모델링 공사는 실비정산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고, 계약 당시부터 도급금액 총액이 PF자금 436억 원으로 정해진 상태로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하다 취재 결과 K씨 주장대로 실비정산방식이 아닌 쌍용건설과 하도급업체(인테리어공사) 간 공사도급금액 총액이 계약 당시부터 정해진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검찰은 쌍용건설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홍준기 당시 서부지검 검사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측의 주장이 맞다며 피고발인 4명에게 불기소 처분했다.
홍 검사는 불기소 이유로, 쌍용건설 현장소장과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K의 주장은 부정했다.
홍준기 검사는 “당시 쌍용건설 현장소장은 공사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서 공사비를 책정하는 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이었고, 반얀트리 본사에서 인테리어 전반에 거쳐 요구하는 스펙을 따라주지 않으면 반얀트리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 공사비가 증액된 것이라고 진술하는 점”을 불기소 이유로 들었다.
총액계약 방식이라고 설명한 K 의견보다 쌍용건설 측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 불기소 결정이었다.
또 홍 검사는 “희림건축 측 아무개는 ‘이 사건 공사는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진행돼 설계와 시공이 단계별로 동시에 진행됐으며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진술한 점”이 불기소 이유라고 제시했다.
패스트트랙 방식은 완성된 설계도서 없이 기본설계에 따라 부분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추가로 작성한 설계도서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므로 실비정산방식과 같이 하도급업체와 총액계약을 맺지 않는다.
홍준기 검사는 “최초 쌍용건설의 공사비는 2007년경 700억 원으로 책정(쌍용건설 분기보고서 등)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불기소이유서에 기록했다.
그러나 K는 ‘쌍용건설 주식회사 회계보고서’를 보면 2007년 6월쯤 공사도급금액이 436억 원에서 700억 원으로 설계 변경돼 264억 원이 허위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공사를 진행하다가 2009년 4분기 공사도급금액이 1천400억 원으로 다시 설계 변경되고, 최종 1천378억 원으로 공사를 끝낸 것처럼 총 공사대금 942억 원을 허위로 부풀린 것이라고 K는 설명했다.
K는 당시 쌍용건설 상무인 A씨가 PF자금으로 지급된 공사대금이 436억 원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A씨가 MBC와 매경이코노미에 스스로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다는 것.
A씨는 2020년 1월 MBC 기자와 인터뷰 과정에서 이 사건 공사대금은 PF자금과 쌍용건설의 B2B(기업간)전자어음도 발행돼 동시 지급된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K의 주장이다.
특히 A씨는 전자어음으로 발행한 금액이 약 942억 원이라는 사실과, 전자어음의 경우 쌍용건설의 이익분을 남기지 않고 하도급업체에 모두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K는 강조했다.
또 A씨가 2020년 7월 매경이코노미 기자와 인터뷰에도 PF자금은 436억 원이었다는 사실과 1천억 원 상당이 외상으로 진행한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K의 의견이다.
A씨는 최초 계약 공사비용이 약 7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 인터뷰에서 A씨는 “PF자금 436억 원은 전체 공사비용이 절대 아니고, 설계도면을 근거로 견적을 낸 공사비용이 아니라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빌린 돈”이라며 “700억 원 중 436억 원을 뺀 나머지(264억 원)는 시행사가 분양권 판매 분으로 채워 넣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도 검찰은 쌍용건설 쪽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홍 검사는 K가 공사대금 700억 원도 이미 허위로 부풀려졌다는 설명을 믿지 않고, K의 고발내용을 추측성으로 취급해 각하했다.
그러나 K는 “PF자금 436억 원은 전체 공사비용”이라며 “확정된 실시설계도면에서 산출한 공사원가계산서 및 시행사와 시공사 간 확정한 공사금액인 총액으로 계약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서가 PF 대출심사 시 제출돼 공사도급금액의 적정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K는 “그리고 사업수지를 분석해 PF대출 실행에 이른다”며 “A씨가 436억 원이 전체 공사비용이 절대 아니고, 설계도면을 근거로 견적을 낸 공사비용이 아니라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 것은 허위”라고 강조했다.
PF는 보유자산의 보증 없이 미래사업계획의 현금흐름과 해당 사업 리스크를 분석·평가해 대출하는 방법이므로 토지와 건물 담보로 대출 받았다는 A씨 주장보다 K의 주장이 옳다.
K는 2024년 12월 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번에는 쌍용건설의 반얀트리호텔 리모델링공사 마감공정인 인테리어를 맡은 B업체 대표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B업체 대표 C씨가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과 짜고 공사대금 약 110억 원을 쌍용건설이 발행한 전자어음으로 수령하고 세금, 수수료 공제 후 나머지를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김 회장이 횡령하게끔 방조 또는 공모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라고 적시됐다.
B업체가 대한전문건설협회에 실적 신고한 내용은 2009년 클럽동공사 53억9천만 원, 2009년 수영장공사 68억2천550만 원, 2010년 클럽동공사 71억4천340만 원으로 총 193억5천890만 원.
2009년 클럽동공사는 2009년 8월 27일 착공해 2010년 2월 26일 종료로 사용승인 처리돼 문제가 없다.
반면, 수영장공사는 2009년 8월 27일 착공해 2010년 7월말 완공했다고 실적신고내용에 기재돼 있으나 2010년 2월 26일 사용승인 처리됐다.
그러므로 2010년 2월 27일부터 7월까지는 허위 공사로 봐야 한다는 게 K 의견이다. K는 2010년 클럽동공사도 2010년 7월말까지 공사한 것으로 돼 있어 허위 공사로 판단했다.
특히 B업체는 전문건설협회에 실적 신고한 193억 원 중 78억4천600만 원만 PF자금인 현금으로 받았고, 나머지 약 110억 원은 B2B전자어음으로 받았다고 K는 주장했다.
현금으로 받은 공사대금만 실제 공사기간 지급한 ‘진짜 공사대금’이고 전자어음으로 받은 공사대금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가짜 공사대금’이라는 의견이다.
이 사건을 맡은 검찰은 사실상 ‘검사동일체 원칙’을 내세웠다.
이동우 중앙지검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은 추측 진술 외 별다른 증거가 없어 공람종결했고, 서울서부지검은 K의 추측성 주장만으로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불기소 결정했다”고 불기소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검사는 K가 중앙지검에 고발한 범죄사실도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해 공사대금을 부풀린 후 그 차액을 김석준에게 되돌려주기로 하는 등 쌍용건설 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이므로 사실상 같은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동우 검사는 “같은 사건에 관해 검사의 불기소 결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고 불기소 결정했다.
결국 이 검사는 단어만 꺼내지 않았을 뿐,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전제로 K의 고발사건을 각하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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