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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하다 Jan 04. 2024

[뉴스하다]검찰, 내부행사 핑계로 업무추진비 파티

5일 연속 45만 원치 초밥 사먹고, 명소탐방 핑계로 맛집 투어

뉴스하다를 포함한 6개 언론사, 3개 시민단체가 꾸린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앞서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다수의 검사장과 지청장을 찾아내 비판했습니다.


인천지검과 부천지청 업무추진비를 전수 조사 중인 뉴스하다는 독특한 형태의 사용 패턴을 찾았습니다. 


행사를 핑계로 맛집 투어를 다닌 정황과 고급식당에서 연말 몰아쓰기가 확인됐습니다. 일부는 사용내역이 드러나지 않도록 영수증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하다는 이정회 인천지검장과 김형근 부천지청장 시절 부적절한 쓰임으로 추정되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5일 연속 45만 원치 초밥 사먹은 부천지청
공연감상 명목 업추비 파티, 영수증 조작도

검찰이 방문한 고급 초밥전문점. 홍봄 기자.


김형근 전 부천지청장은 2021년 연말 ‘공연감상 오찬간담회’ 명목으로 업추비를 사용했다. 11월 26일부터 12월 6일까지 8.9급 수사관, 실무관, 6,7급 수사관, 기타 직렬직원, 검사, 부·과장 등 대상을 나누어 여섯 차례 공연감상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것.


그런데 간담회에 썼다는 내역을 자세히 보면 대상만 달리 표기했을 뿐 마치 복붙(복사·붙여넣기)을 한 듯 내역이 반복된다.


여섯 차례 간담회 모두 사용 장소가 같고, 그 중 5번은 업추비 결제금액까지 일치한다. 김 전 지청장은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한 초밥전문점에서 매일 45만 원씩을 연달아 결제했다. 같은 곳에서 11월 26일 쓴 42만5천 원을 포함하면 6일 동안 이 식당에서 267만5천 원을 썼다.

검찰은 2021년 11월 26일 42만5천 원을 시작으로 연말 5일 연속 45만 원치 프리미엄 초밥을 주문함.


같은 장소에서 몇 명이 어떤 초밥을 먹어야 5일 동안 같은 금액이 나올 수 있을까. 검찰이 제공한 자료로는 알 수 없다. 상세 내역 자체가 생략된 영수증을 발급 받아 제출했기 때문이다. 내용이 없는 영수증은 따로 요청해야 받을 수 있다. 검찰은 무엇을 주문했는지 숨기기 위해 영수증을 다시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영수증을 재발급 받는 방식으로 업추비 사용내역을 감춘 것은 뉴스하다의 앞선 보도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김 전 지청장이 2022년 6월 28일 사용한 업추비 영수증 원본에는 소맥 49병을 포함한 세부품목이 남아있지만, 부천지청은 모든 내역을 생략한 영수증만 공개했다.


이번에도 검찰이 숨긴 내용이 원본 영수증에 남아있었다. 뉴스하다가 입수한 영수증에 찍힌 상품은 프리미엄초밥. 지금은 3만 원인 이 메뉴는 활어, 참치 등살, 뱃살, 장어, 차돌, 갈릭, 연어, 연어뱃살, 초새우, 생새우, 가니미소 등 초밥 16개로 구성된 세트다. 이 전문점에서 파는 도시락 메뉴 중 가장 비싸다.

해당 초밥전문점에서 판매하는 1인분 1만8천 원짜리 메뉴. 홍봄 기자.


11월 26일 영수증에는 이 메뉴 17개를 주문한 것으로 나오고, 그 뒤로 5일 동안 18세트씩 45만 원이 찍혔다. 부서내 직급 등 대상별로 인원이 다를 법한데 매일 18명이 같은 메뉴로 동일하게 식사를 해야만 가능한 영수증이다.


게다가 공연감상 오찬간담회 명목으로 같은 금액의 결제를 반복한 패턴은 한 식당에서 그치지 않았다.  초밥전문점에서 45만 원을 쓴 날 지청근처의 한 커피숍에서도 15만 원 상당의 결제를 한 것. 김 전 지청장은 12월 2일과 3일, 6일 공연감상 오찬간담회를 위해 해당 커피숍에서 15만 원을 매번 결제했다. 11월 26일에도 같은 명목으로 10만4천400원을 썼고, 12월 1일 역시 이 커피숍에서 돈을 쓴 내역이 있지만 금액을 판독하기 어렵다.


뉴스하다는 복붙 ‘공연감상 오찬간담회’의 내용을 알기 위해 감상한 공연명과 장소, 예산, 참여인원 등을 물었다. 부천지청은 당시 지청 소회의실에서 음식을 먹으며 오찬간담회를 가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초밥전문점 영수증 일부에는 테이블명이 나와 있었고, 12월 3일 영수증 발급시간은 오후 3시 47분으로 시간 상 오찬간담회를 위한 배달주문이라 보기 어렵다.

검찰이 매번 18명에 맞춰 주문한 도시락 영수증. 오른쪽은 점심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4시께 주문한 기록.


업추비 사용의 명목이었던 ‘공연감상’도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직원들은 외부나 내부에서 공연을 보지 않고 소회의실에 모여 식사를 했다고 했다. 공연이 없었기 때문에 식비 이외의 예산은 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수백 만원의 업추비를 들인 행사인만큼 간담회 사진을 비롯한 다른 증빙자료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이 또한 없었다.


부천지청 관계자는 “(공연을 따로 보거나) 한 건 아니고 소회의실에 블라인드랑 다 있으니까 아마 그런 식으로 했던 것 같다”며 “행사가 있으면 행사팀에서 사진을 찍는데 남아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어 “점심시간에 식사하면서 한 행사라 밥 먹는 걸 찍기도 좀 그래서 아마 안 찍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원과 함께하는 지역 명소탐방?

2019년 7월 31일부터 2020년 8월 10일까지 약 1년 간 인천지검장으로 재직한 이정회 전 검사장, 이 시기에만 특별히 존재하는 업무추진비 사용 명목이 있다.


‘직원과 함께하는 지역 명소탐방 및 오찬간담회’다. 이 전 검사장 시절 진행된 지역 명소탐방은 총 13차례, 식사비는 총 685만4천200원으로 1회당 식사비는 52만7천 250원꼴이다.


이 전 검사장과 직원들이 ‘명소탐방’으로 함께 방문한 식당은 연수구 7곳, 중구 3곳, 미추홀구와 동구 각각 1곳씩, 총 13곳이다. 전부 인천시내에서 유명한 식당이다.


           

문제는 검찰 내부에 명소탐방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즉 명소탐방이라는 핑계로 ‘맛집 투어’를 다닌 것으로 보여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연수구 식당 7곳 중 5곳은 ‘구송도’로 불리는 옛 송도유원지 인근으로, 고급식당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이 전 검사장과 강력부 직원들은 중구 영종도 바닷가 맛집도 방문했다. 이 식당은 해물전문점으로 인천지검에서 인천공항을 지나 34km 떨어져있다. 왕복 약 80분 걸리는 곳이다. 나머지 중구 식당 2곳은 검찰이 백지 영수증을 제출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전 검사장이 ‘명소탐방’ 명목으로 한 번에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쓴 식당은 옛 송도유원지 근처 고급 한정식집이다.

이정회 전 검사장과 검찰 직원들이 방문한 고급 한정식집. 홍봄 기자.


이 한정식집에는 이 전 검사장과 조사과, 공판송무과 직원들이 2019년 12월 11일 방문한 것으로 돼 있다. 결제금액은 80만 원이나, 영수증을 먹칠해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다.


뉴스하다 취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해당 한정식집을 방문했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해보니, 이 식당은 애초 상품 세부내역을 생략한 뒤 영수증을 발급했다.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은 먹칠을 벗겨도 세부내역이 나오지 않는다.

검찰이 먹칠해 공개한 영수증(왼쪽)과 최근 취재진이 발급 받은 영수증.


뉴스하다는 인천지검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명소탐방 행사와 관련해 계획서, 프로그램, 시간표, 방문장소, 대상, 회당 참여인원, 예산, 결산 등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계획서, 프로그램, 방문장소, 대상, 회차, 참여인원, 예산 등 자료가 ‘부존재’한다고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지검은 기존 공개했던 업무추진비 영수증에 행사 참여 부서명만 추가한 자료를 일부 공개했다.


인천지검, 기록 조작 정황 드러나

인천지검이 이번 공개한 자료와 애초 검찰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자료를 비교해보니 기록 조작 정황이 나타났다.


검찰이 2023년 12월 12일 공개한 자료에 나온 형사6부와 형사5부의 명소탐방 행사와 식사일은 모두 2019년 12월 11일로 같다.


이번 자료대로라면 이정회 전 검사장은 2019년 12월 11일 ‘직원과 함께하는 지역 명소탐방 및 오찬간담회’를 3차례 진행한 게 된다.


옛 송도유원지 근처 고급 한정식집에서 조사과, 공판송무과와 한 차례, 송도국제도시 유명 프렌차이즈 쌀밥집에서 형사6부와 한 차례, 나머지는 지자체만 확인되는 중구에서 형사5부와 한 차례, 같은 날 세 차례나 명소탐방을 다녀온 것.


그러나 검찰이 2023년 10월 11일 최초 공개한 자료에는 형사6부는 12월 17일, 형사5부는 12월 19일로 기록돼 있다.

2019년 12월 11일 3건의 명소탐방과 식사가 이뤄졌다고 공개한 자료(위)와 날짜를 바꾼 자료.


영수증상 결제일은 또 다르다. 형사6부 식비 영수증상 결제일은 12월 11일로 나타났다. 조사과, 공판송무과와 형사6부는 결제일도 같아 같은 날 행사가 진행된 가능성이 높다. 형사5부 식비 영수증은 백지로 돼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2019년 12월 11일 진행한 행사를 영수증상 결제일을 가리고 3개 부서 행사 날짜를 바꿔서 기록해뒀으나 이번 자료를 공개하면서 실토한 셈이 아닌지 검찰이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이정회 전 검사장은 중구 영종도까지 가서 식사한 이유에 대해 “공항분실 직원들과 식사했다”고 대답했다. “해당부서가 강력부로 돼 있다”고 다시 물었더니 이 전 검사장은 “마약 담당직원들이 거기 나가 있어서, 절대로 허위로 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근대박물관, 차이나타운, 인천항, 공원 등 탐방했고 식사는 40분 정도 하고 이동시간까지 1시간 30분 정도 점심시간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검사장은 기록 조작 정황에 대해 “세세한 내역들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그래픽 오나영 zero@newstapa.org


<기사보기>

https://newshada.org/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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