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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Nov 29. 2016

이유를 알지만 행하지 못하는 이유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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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 있다. 그동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국에 다녀오고, 유럽여행도 갔으며, 비록 뛰지는 못 했지만 철인 3종 경기도 준비해보고,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휴식을 취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생각들을 정리했고, 이제는 내가 해보고픈 것들을 하나둘씩 해나가면 되는 줄 알았다.


시간이 없었던 것도, 의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도대체 왜인지 나는 움직이지 않는 걸까?


돌이켜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마치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평소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저 휴식 중이라는 핑계로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잠 자면서 또 미루는 사람이었다. 뭐 물론 말 그대로 그동안에 열심히 일하느라 지금은 쉬는 중이긴 하지만, 다시 움직이려고 하니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오는 거부반응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당장 늦잠을 자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는 건 즐겁지만, 하지 않던 습관과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읽어야 하니 시동 거는 법은 알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와 같았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몸에서, 마음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까지 들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자존감으로 인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존감도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서인지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금씩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나 스스로도 많이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해내겠다고 다짐한다. 다이어트, 공부, 금연, 운동, 등등 그러나 다짐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평소에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평소에'라는 말은 달리 말하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내 일상이 된다면, 더 이상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금연이 목표가 아니듯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된다면 이뤄야겠다는 다짐이나 의지조차 필요하지 않다. 12월 31일이 되면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잔뜩 적어놓고는 1월 1일이 되는 내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운동을 일주일에 1시간도 안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일주일에 3일씩 운동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강한 의지로 초반에 반짝하다가 의지가 줄어들수록 급격하게 포기하고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주일에 3번 운동이 아닌, 오늘 단 5분이라도 할 수 있는 운동들을 말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하고 긍정적이다. 나라면 이 정도는 해낼 수 있을 거 같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해낼 수 있었으면 목표로 설정하기도 전에 진작 해냈을 것이다. 새해 목표랍시고 정해놓은 말도 안 되는 목록을 해내지 못할수록 나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고, 더 나아가서 스스로 위축되고 작아진다.


그렇다면, 목표를 재설정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갓난아이가 처음부터 말을 잘할 수 없듯이, 처음부터 내가 원하고 바라는 모습대로 될 수 없다. 


해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목표를 멋지게 이뤄낸 나를 상상하는 것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조금씩 나아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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