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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Mar 13. 2017

연애하기 힘든 나.




드라마 연애의 재발견.


이제 2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연애'라는 것에 그리 관심이 가지도, 그렇다고 멀리 두고 지내기도 애매한 그런 상황이다. 연애가 주는 행복감도 물론 크지만, 혼자 지내면서 크게 불편함이 없고 오랫동안 솔로로 지내다 보니 굳이 새로운 관계를 다시 만들고 유지하고 키우는 과정이 참 귀찮다. 그게 싫어서 새로운 친구들보다 원래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들을 더 만나기도 하고.


그동안에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느끼는 깨닮음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몇 가지 써보려고 한다.


맨 처음으로 군대를 제대하고 친구의 아는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고등학교 때 사귀던 여자 친구와 군대에서 헤어지고 모든 이성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나는 그 친구의 아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전혀 없이 전에 여자 친구를 사귈 때 대하는 느낌으로 대하려고 했던 거 같다. 그것 말고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니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밖에는 없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있어서 순서가 있고, 타이밍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년이 지나고 친구의 아는 동생을 만나게 된 기회가 있었다.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차근차근 나를 어필하고 최대한 친절하고 잘 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있고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예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상황으로 이어졌지만, 뭔가 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고, 또 그렇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나에게 먼저 호감을 느낀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로서는 확신이 없었다. 내가 딱히 나를 보여준 적이 없는데 호감을 느낀다고 하니까 서로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픈 마음에 사귀자는 말에 거절을 하고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에 2~3번 만남을 더 이어나가고 나의 마음은 커졌지만, 그 친구는 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떨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 생겼다. 나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미국 여행을 한 달 정도 가게 되어서, 가기 전에 확실히 정해놓고 가라고 선을 그었다. 전에 있었던 실수를 또 반복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지만 고백을 받아들였고, 그 친구와 많은 좋은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다. 


연애라는 것에 나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긴장하며 행동하고 말하는 그 순간들을 상대방은 놓치지 않았던 거 같다. 오히려 연애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해주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들에서 오히려 호감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돌이켜보니 세상에서 쉬면 안 되는 것 두 가지가 '연애'와 '일' 이 아닐까 싶다. 일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고 그 특유의 감이 있는데, 그 감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아오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연애를 많이 할수록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더 나은 안목이 생기고, 나를 돌아보는데 참 많은 영향을 준다. 게다가 우리는 결국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기도 하고. 


20대 중반이 된 내가 군대를 갓 제대하고 사회에 나온 나에게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어찌보면 나중에 30대가 되어서도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픈 말들이 있겠지. 적어도 지금은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내가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오히려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후회하기 싫어서, 선택이 무서워서 늦어지는 결정에 따른 더 큰 아픔들이 나를 힘들게 할 테니까 말이다. 


지금도 물론 연애가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20대 초반에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식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방향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 있다.


너무 깊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빨리 내린 결정이 깊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보다 더 나쁜 것도 아니라고. 적어도 후회는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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