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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Mar 28. 2017


그 끝이 상처뿐이더라도.

일상의 기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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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고 적응하느라 벌써 3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나 혼자만 뒤쳐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결과마저도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니까.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내왔던 거 같다. 그저 주어지는 것들에 최선을 다 했을 뿐.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살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사는 대로 살다 보니 뭐 나름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물론 성장과 발전이 내 인생의 절대적 목표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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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죽어가는 중이다. 굉장히 슬프지만 어찌 보면 굉장히 현실적이다. 이미 신체적 성장보다는 나도 모르게 노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일지도. 조금이라도 더 잘 죽어야 후회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죽음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행동하면 내가 그동안에 왜 그렇게 많이 불필요하게 생각하고 걱정하고 고민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공기가 내 옆에 있다는 인지를 못 하듯이, 죽음도 내 곁에 있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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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무섭다. 한 발을 내딛을 힘이 도저히 나질 않는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는다. 자존심은 이미 바닥을 치닫고 있고, 내 자존감마저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려고 한다. 쓰러질지언정 포기하지 말자. 알을 스스로 깨고 나오는 새가 되어야지.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있어서 지금, 오늘의 감정을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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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 한동안은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지냈던 적이 있다. 생각이 많아 이것저것 주저하는 것도, 생각이 너무 없어 하고 싶은 것들만 하는 것도 어느 정도 균형이 필요했다. 이것저것 주저하는 삶도, 하고픈 것들만 하는 삶도 물론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그 중간에 있는 타협점이 분명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타협이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타협점이라 그런지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딱 그 중간에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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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다. 악기를 배워보고 싶고,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 새로운 사람들에게 오는 느낌, 새로운 공간과 언어가 주는 새로움, 책이 주는 새로운 지식들, 새로이 느끼는 감정들까지도. 나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겠지만, 좋은 징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술이 아니라 기타 연습과 팔굽혀펴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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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약속이 없는 어느 하루. 그동안에 밀렸던 빨래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분리수거도 했다. 미뤄놨던 것들을 하고 나니 애초에 쌓이지 않았으면 쉬는 날 청소를 몰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했을 텐데. 일도 마찬가지고, 감정도, 세상 그 무엇도 쌓아놓고 미뤄놓으면 나중에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미루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정리해야겠다. 청소도 그렇지만 내 마음에 남아있는 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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