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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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아침에는 쌀쌀하고, 점심에는 덥고, 저녁에는 쌀쌀한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요즘 참 변덕스럽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의욕이 없으며, 마냥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고,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인지를 했으니 이제 다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라 윤홍균 작가님이 쓰신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자존감을 낮아지게 만든 것도 '나'지만 다시 끌어올리는 사람도 '나'여야 하니까. 나에게 일어난 일에서 오는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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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존감이 떨어졌을까?
예전에도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적이 있었다. 22살의 군대를 제대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고 느꼈고, 술에 의지하기 시작해서 알콜성 치매 초기 증상까지 겪기도 했다. 그런 내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계기는 우연히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름 성실하게 일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느낌을 받고부터였던 거 같다. 그러나 이번 자존감 하락은 조금 결이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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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길 원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사랑받기를 원한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자'라는 주의였다면, 요즘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자' 주의로 바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자체는 엄청난 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듯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끔 만들려면 노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애정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내 경우가 딱 그랬다. 애정과 사랑을 쏟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 있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랬다면 진정한 자아성찰의 단계까지 도달했을 테지만, 나의 시간과 애정, 관심을 기울인다면 분명 그걸 받는 상대로부터 무언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싶었고, 그 마음을 얻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기적이라고 했듯이, 상대방의 마음을 내가 결정할 수 없으니 그게 참 속상했다.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나 스스로를 내가 작아지게 만들었고, 그런 나의 모습이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관계는 결국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초라하고 작아지게 만든 건 상대방이 아닌 바로 '나'였다는 사실. 그런 사실조차도 나를 참 힘들게 했다. 모두 내 잘못인 거 같고,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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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나만의 방법.
시간이 조금씩 흐르더니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내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다. 여행을 간다던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 나눈다던지 하는 방법들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자 나 스스로 되뇌기 시작했다.
'괜찮아' , '네 잘못이 아니야'
내 나름대로 상대방에게 습관처럼 하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정작 나에게는 해주지 못했다. 상처받을 수도 있고, 화가 날수도 있고, 기쁠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의 감정이 평생 이어지기라도 하듯이 우울감에 사로잡혀있고, 그런 우울감이 지속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질 수밖에. 감정상태가 좋지 못하면 그 당시에 나오는 생각들도 부정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자꾸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라 기분에 영향을 주려고 할 때마다 '괜찮아'라는 말을 속으로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있다.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기분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은, 내가 겪었던 일들이 내가 그렇게 힘들고 아파할만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무척이나 힘들고 지쳤으니까 말이다. 또다시 아프고 힘든 시기가 온다면 이번에는 그 과정을 좀 즐겨보고 싶다. 혼자 더 깊은 사색에 빠져도 보고,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다던지, 하루는 정말 본능에 이끌린 대로 살아본다던지 말이다. 이제는 굳이 그 기분을 떨쳐내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 힘들고 지쳐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데도, 결국 다시 자존감을 회복할 거라는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