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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Aug 17. 2017

생각 비우기 연습.

일상의 기록#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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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비우기 연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각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한심해 보였다. 그 당시의 나는 새벽에 수영을 다니고 출근해서 일하고 또 퇴근하고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주말에는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등 쉴 틈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고 익숙해지다 보니 서서히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수영을 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데도 느끼는 게 없이 그저 그 행위만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말 나름대로 치열하고 열심히 산다고 자부했지만 앞서 말한 생각 없이 지내는 사람이 '나'였다는 걸 알아차리기 꽤 오래 걸렸다.


그래서 조금씩 내 일상을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저녁에 다니던 학원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워서 저녁시간으로 바꿨다. 주말에는 최대한 미리 약속을 잡지 않고 당일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쉬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생각 없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새벽에 수영을 다니고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영어학원을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정작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리 집중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렇다 보니 내 삶의 만족도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예전에 한심하다고 느꼈던 생각 없이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노래를 들으면 노래에만 집중한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흥얼거리면 그걸로 또 기분이 좋다. 일을 할 땐 일에 대한 생각만 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걱정과 고민은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 도움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저녁에 수영을 할 땐 오로지 수영에만 집중한다. 내 팔 동작과 호흡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어서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생각 없이 산다는 건 어쩌면 그 순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불필요한 생각은 비워내고 또 비워내도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관계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불필요한 생각들이 나의 기분을 나의 하루를 망치기 전에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해서 그런 생각들이 들어올 수 없게 문을 걸어 잠구는 편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훨씬 좋았던 거 같다. 게다가 내가 고민하는 걱정과 불안은 대부분 나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상'이니까 말이다.


오늘 하루를 돌이켜 봤을 때 무언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면 그 순간마다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참 크다. 매일 보는 퇴근길 노을은 분명 그 자리에서 계속 존재했지만 다른 생각을 하느라 인지하지 못했고 점심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다른 생각하느라 음식이 맛이 있는지 조차 모르거나 혹은 자주 먹는 음식이라 맛있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저 밥을 먹을 땐 그 순간만큼이라도 맛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런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저녁에 자기 전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오늘 하루는 뿌듯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불필요한 생각들을 비워내고 그 순간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오늘 하루가 조금 더 기억에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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