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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Sep 06. 2016

내가 할 수 있는 것.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3년 전 군대를 전역하고 밖에서 맞이하는 1월은 나에게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누구나 기다려온 제대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지원하고, 그 기간 동안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계획을 세워보자 싶었지만 군대 안에서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실제 사회의 공기는 굉장히 차가웠다. 막상 나와보니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앞으로 배워보고 싶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던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하루하루 절망을 느끼며 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싶어서 매일 술에 의지하곤 했으니까.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취업을 해서 회사를 다니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정말 신기하게도 3년 전의 나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금에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고 지금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은 걸까. 괜한 자신감에 회사도 그만두고 철인3종 경기에 나간다고 했을 때 예전의 나였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 했을텐데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그렇게 커다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오늘 주어진 일들을 꾸준히 해내다 보면 큰 결과로 나타나곤 했던 거 같다. 3년 전의 나는 막연히 커다랗고 뜬구름 잡는 것들을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자전거를 200km를 타야 하고, 달리기를 42km를 뛰어야 하는데 당장 내가 이것을 어떻게 해내냐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었던 거 같다. 지금은 생각의 방법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오늘 당장 나는 45km를 현실적으로 뛸 수 없으니 2km를 꾸준히 달리다가 익숙해지면 5km로 늘리는 식으로 지금은 22km까지 늘릴 수 있었다.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주변의 시선들이 나의 생각과 시선을 굉장히 단면적인 것들만 보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나중에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어떻게 채워?라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책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을 거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은 가장 큰 이유는 커다란 완성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시도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시선을 두기 때문은 아닐까.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부담없이 노트북에 메모장을 켜고 1페이지가 아닌 5줄을 적어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 나만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최근에 등산을 하면서도 느꼈다. 오르기 힘들어 보이는 수 많은 계단을 넘어 정상에 도달하려면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도착할 수 있듯이 내가 하려고 하는, 하고 싶은 것들도 그게 무엇이든 한 걸음,한 걸음 늦어도 좋으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한 건 아닐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도 거북이는 쉬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기회는 달리기가 빠른 토끼가 아니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 거북이에게 오듯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꾸준함이라는 걸 마음속에 다시금 새기는 오늘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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