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캡스톤 프로젝트 마무리
학교 커리큘럼 상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3개월이나 되는 여름방학이었다. 총 여섯 학기 중 여름방학이 두 번이나 껴있어 학교생활이 길게만 느껴졌다.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없는 스케줄, MBA 과정 마무리 단계 캡스톤 프로젝트는 여름방학을 믿고 조금 쉬엄쉬엄 해보기로 했다. 11월에 다른 과목 과제를 마치고 프로젝트 발표까지 마쳤으니 기나긴 여름방학에는 프로젝트 보고서와 소감문만 작성하면 내년 첫 학기는 한결 가볍게 보낼 수 있는 셈이다. 한국행 비행기표는 12월 말로 끊어두었고 한 달가량을 과제에 집중하려 했다.
지도교수가 휴가를 가며 다음 미팅을 1월 말로 잡아 일정이 느슨해지고, 나도 나대로 연말 약속을 잡으면서 12월이 흐지부지 지나가버렸다. 과제 마감에 허덕일 때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결국 시간이 주어져도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기에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번에도 결국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내 성향을 마주했다. 조별과제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기 싫어서, 당장 다음 주까지 마감인 과제는 마감이 급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가며 우선순위를 둔다. 결국 끝까지 손에 쥐고 마무리 짓기 어려운 건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기한이 뚜렷하지 않은 일들이다. 캡스톤 프로젝트는 졸업학기 직전 언제든 제출하면 되는 기한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개인과제라 내 우선순위에서 미뤄버린 탓이다.
2월 말 학기가 시작하면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어 학기 시작 전까지 끝내기로 기한을 정했다.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몇 날며칠을 새워 겨우 초고를 완성하고, 지도 교수랑 가능한 가장 이른 미팅 일정을 잡았다. 다른 친구들이 여름방학에서 돌아오기 전이라 지도교수로부터 세심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새 학기 시작 전 오롯이 집중하며 과제에 매달릴 수 있었다. 삼 주간 밀어붙인 끝에 드디어 제출, 마지막 학기 시작 이틀 전이다.
마지막 학기는 기본 과목 두 개만 남겨두었으니 이제 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