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드디어 끝!
몇 달 전에 마지막 학기를 끝내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기록을 자꾸 미뤘다.
캡스톤 프로젝트를 끝난 후 맞이한 학기는 한결 편안했다. 전공필수 두 과목인데, 그중 경제학은 학부시절 좋아했던 과목이니 그래도 마음이 가벼웠다. 나머지 한 과목은 반년 전 등록했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수강취소했던 회계학이라 걱정은 됐지만, 시간도 널널하고 회계사로 일하던 친구랑 같이 들으니 비빌 언덕(?)이 있다.
경제학은 열두 명 작은 수업이라 교수랑 대화를 많이 주고받았다. 전반 4주는 미시경제, 후반 4주는 거시경제로 진행되는 수업.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시경제에서 답이 나오는 걸 좋아하는 내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경제를 예시로 들어주는 교수 덕에 미래에 집을 사게 되면 신경 쓰게 될 OCR (the official cash rate: 기준금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열심히 들었다. 좋아하는 친구 몇 명이랑 같이 수업을 들어 중간에 수다를 떠는 재미도 컸다. 마지막 수업 날에는 같이 시작해서 같이 끝내는 언니 오빠와 그동안 열심히 달린 우리를 축하했다.
회계학은 다행히 반년 전보다 쉽게 설명해 주는 교수를 만났으나 오히려 다른 학생들이 어렵게 느껴졌다. 수업을 듣는 사람 중에 절반은 열정 넘치는 신입생이라 질문에 끊임없이 쏟아졌고, 그중에 너 다섯은 회계사로 일을 하다 왔기에 질문의 깊이도 남달랐다. 다른 학생들에 압도되어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불안감에 교수를 찾아가 회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학생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털어놓았다. 첫 학기에는 잔뜩 움츠리기만 했었는데 막학기가 되니 쫄지 않고 찾아가서 말하는 방향으로 내 자세도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과제를 완전 망했다. 아니 사실은 점수를 확인하고 B가 나와 만족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A+에서 몇 점인지를 재고 있는 걸 알고 좌절했다. 두 번째 과제는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답이라도 잘 채우자 싶었는데 첫 과제 점수를 만회할 기회가 되었고, 마지막 조별과제는 내 얕은 회계지식을 덮어줄 든든한 친구들을 만나 그럭저럭 해냈다.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면서 마지막 학기가 끝났다.
끝내고 나니 시원섭섭함에 몰려왔다. 내가 정말 끝낸 게 맞는지 남편을 붙들고 자꾸 확인했다. 지루하고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들이었는데..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도 워크비자 신청에 필요한 학교서류를 받기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졸업식은 석 달 후니, 그때 가면 실감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