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언 그 위대한 질문 100일

3월 넷째 주 일요일

by 시원시원

일요일 아침 5시

어제 PT의 관계로 양쪽 어깨가 몹시 아팠다. 이럴 때마다 운동을 하는 장점을 역행하는 것 같다.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근력운동의 하면 할수록 아프다. 헬스를 하는 사람들은 아파야 그날 운동을 제대로 한 거라 말한다. 특히 근력운동은 한계와의 싸움이다. 오늘의 한계를 내일은 조금이라도 넘어야 근력이 강해지고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다. PT강사가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고중량, 고 반복, 말 그대로 더 무겁게 더 반복적으로 하라는 말이다. 그는 언제나 할 수 있다 말하고 나는 언제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하나 더'를 외치는데 이따금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온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술을 걸어 내 몸을 지배한다.


덕분에 오늘도 나는 아픔과 하루를 보냈다. 오늘이 휴일이라 다행이었다. 아침부터 우리 가족은 분주하다. 휴일마다 아침 산행을 하고 있어서다. 아내와 내가 먼저 나가면 아이들은 준비를 하고 나온다. 다 같이 나가 산행을 할 수도 있지만 산행시간이 점점 늦어 지기 때문에 따로 나간다. 아내와 내가 산행에서 내려오면 아이들이 올라온다. 저 멀리 아이들이 보이면 손을 흔든다. 아이들도 같이 손을 흔든다. 누가 보면 이산가족으로 착각할 것이다. 언제나 산 중턱에서 우리는 만난다.


휴일 아침은 산행으로 시작하면 우리도 아이들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휴일이라서 집에만 있는다면 지루하고 답답한 하루가 된다. 감정은 환경에 민감하다. 그래서 휴일에 비가 많이 오면 부쩍 아이들도 아내도 나도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난다. 휴일에 잠을 더 잔다고 피곤함이 없어지진 않는다. 더 피곤할지도 모른다. 정체되어 있는 피곤은 소모되지 않는다.


한 달 만에 부모님 집에 다녀왔다. 원래는 12시에 점심을 먹으려 했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12시에 오리구이집으로 오시라 했다. 11시 40분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산에 다녀와서 피곤해 못 간다는 전화였다. 아버지는 힘든 산행으로 지쳐 집에서 쉬고 계셨다. 하는 수없이 예약을 취소하고 우리가 부모님 집에 갈 준비를 하였다. 먹으려던 오리구이를 포장해 갈까 하는 생각에 아내에게 물었다. '오리구이 사 가지고 갈까?' 아내는 말했다. '글쎄' , 아내의 대답이 시큰둥하다. '그럼 뭐 먹지?' 내 물음에 아내는 얼마 전 유재석이 순대곱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순대곱창볶음이라? 난 잠시 생각했다. 좀 더 특별한 것이 없을까? 분명 부모님은 순대 곱창 볶음을 드셔 봤을 텐데... 오리구이가 더 낫지 않을까? , 하지만 오리구이는 집에서 먹기엔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내가 포장해 왔을 때 집에서 먹으니 별로였다. 그래 순대 볶음 너로 정했다. 근처에 있는 순댓국집에 가서 포장 주문을 했다. 부모님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상차림을 시작했다. 상을 펴고 중간에 긴 전기 구이판을 놓았다. 거기에 순대곱창볶음을 부었다. 꽤 많은 양에 놀랐다. 먹을 준비가 다 돼서 안방에 주무시고 계신 아버지를 깨웠다. 아버지는 순대 곱창볶음을 보시더니 이게 무어냐고 물으셨다. 예상 밖이었다. 늘 드실 거라 생각해던 나의 생각이 틀린 것이다. 그날 아버지는 이제껏 내가 사 온 것 중에 가장 많이 드셨다. 그리고 이름까지 적으셨고 친구들과 먹어야겠다고 말하셨다. 본의 아니게 메뉴를 바꾼 것이 절묘했다. 내 생각대로 오리구이를 사 왔다면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내 덕분에 가족 모두 만족한 점심이 되었다.


요즘 달리기 매력에 빠진 아내를 보면 흐뭇하다. 왠지 내가 달리기 전도사가 된 것 같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빠진다. 근력이 빠지면 , 허리나, 엉덩이, 골반에 문제가 생긴다. 달리기는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산행을 매일 하는 아내 역시 근력이 없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권했다. 잠깐 하고 말거라 생각했는데 매일 뛰는 모습에 감탄했다. 뛰어본 자만이 달리기의 매력을 안다. 아내는 달리기를 하고 이전과 다른 느낌을 가졌다 말했다. 산행도 좋지만 달리기는 오로지 숨소리만 들리고 잡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리기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리듬감 있게 숨소리를 가져야만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러닝화가 필수다. 아무 운동화를 싣고 달리면 오히려 무릎이나 발목에 염증이 생일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 넘게 달리기 중인 아내에게 러닝화를 사주러 백화점에 갔다. 처음에 들린 아디다스 매장에서 러닝화를 신고 매장 안을 뛰어보는 아내는 발가락이 조금 아프다고 말했다. 나는 '탈락'을 외치고 뉴발란스 매장에 갔다. 거기서도 아내는 신고 뛰어다녔다. 역시 발가락이 아프다고 했다. '탈락'을 외치고 나이키 매장에 갔다. 역시 발가락이 문제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아디다스 매장에 갔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신발이 마네킹이 신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신고 매장을 뛰어다녔다. 발가락이 아주 조금 아프지만 신발이 편하다고 했다. 드디어 아내 발에 맞는 러닝화를 찾았다. 다행이다.


아내가 신어보기 전 곁눈으로 가격을 보았다. 229,000원의 가격이 내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내가 예상한 가격보다 2배가 더 나갔다. 첫 신발이 예상 가격이었다면 두 번째 신발은 조금 더 비쌌고 세 번째는 더 비쌌다. 그리고 마지막에 산 신발이 가장 비쌌는데 아내의 발은 그걸 선택해 버렸다. 차선책은 없었다. 역시 비싼 것이 좋은 것인가?. 아무튼 사주기로 한 이상 쿨하게, 멋있게, 카드를 내밀었다.

'괜찮아, 다음 달에는 허리띠를 조금 꽉 묶는 거야 알았지' 라며 나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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