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언 그 위대한 질문 100일

아내의 격리

by 시원시원

요 며칠 간 우리 집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내 감기가 아내에게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 검사를 몇 번 해보았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내는 안방에 격리되었다. 그래서 아이들 케어와 집안일은 내 담당이 되었다.


평소에 청소나 빨래, 설거지 등 한두 가지는 도와주는 편이다. 하지만 오롯이 집안일 모두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중에서 특히 밥이 문제였다. 오늘은 어떤 걸 먹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아침밥은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점심밥을, 점심밥을 먹으면 저녁밥을 고민해야 했다. 틈틈이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평소에 하던 설거지, 빨래, 청소는 정말 밥 차리는 거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다. 나에게 밥이란 고통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아내의 부재를 크게 느끼게 했다.


남편이 밥을 먹고 들어온다고 하면 부인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한 사람만 위한 음식이라면 힘들지 않을 테다. 하지만 가족마다 식성이 틀려 반찬도 여러 가지 준비해야 했다. 누구 하나가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한 음식을 차려야 하기 때문에 아내는 힘든 거였다. 며칠 동안 직접 차려보니 어떤 고통인지 알겠다. 어쩌다 반찬 투정을 하는 내가 부끄럽다.


우리 집 냉장고에 점점 음식들이 쌓여갔다. 범인은 당연히 나다. 음식을 만든다고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사 왔기 때문이다. 한번 쓰고 말 것인데 한 보따리를 사 왔다. 게다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까지 중복으로 사 온 것도 꽤 있다. 음식 초보라 양 조절이 안된다. 쓰다 남은 재료들이 냉장고에 한가득이다. 이러다 이틀 뒤면 냉장고의 문이 닫히지 않을 거다. 아내에게 틀키지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큰일이다.


한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인데 식성이 이렇게 틀리다니... 어제저녁에 김치볶음밥과 시금치 배추 된장국을 끓였다. 딸아이는 김치볶음밥을 남기고 아들 녀석은 시금치 배추 된장국을 남겼다. 어쨌든 한 가지라도 클리어했으니 다행이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이 걱정이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고민했다. 그런데 안방 문이 열리더니 아내가 나왔다. 아내는 나에게 ' 이제 됐으니 출근해'라고 말했다. 순간 이게 웬 횡재인가? 뜻하지 않게 아침밥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한편에 미안한 마음이 있어 아내를 보며 말했다. '정말 출근해도 괜찮겠어?'


다행히 아내는 다시 건강을 찾았다. 요 며칠 간 아내의 부재로 가족에 대한 성숙한 마음이 조금 더 자랐다. 철부지 없던 지난 나의 모습이 다시 나올 테지만 휴일에는 음식을 아내 대신 만들기로 정했다. 그나저나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는 언제 다 먹지? , 아내가 어제 사온 식재료를 보기 전 서둘러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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