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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ul 04. 2022

열대야가 시작된 어느 날

열대야가 시작된 어느 날,  거실에서 자던 나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흠뻑 젖은 몸은 이불에 사람의 형체를 남겼다. 나는 손으로 목에 흐르는 땀을 닦고 휴대폰을 찾기 위해 더듬거렸다. 딱딱한 물체가 잡혔다. 손의 감각이 이것은 휴대폰이라고 말해주었다. 휴대폰 버튼을 누르자 강렬한 화면에 눈이 부셨다. 간신히 실눈을 뜨고 보았다. 새벽 3시 19분..


내 기상시간은 4시 45분이다.  그래서 3시 19분은 다시 자기도, 그렇다고 일어나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나는 소파에 왼손을 걸치고 바닥에 앉았다. 이내 머리를 왼손 팔 위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졸음이 밀려왔다. 이제부터는 잠의 경계인 흐릿한 시간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찰나의 순간에 잠의 세계로 빠져든다. 가끔은 억지로 양들을 불러본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양인지 모르겠다. 양이라고 생각하는 물체에 가까이 가면 모습이 변하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양의 털을 쓴 하마를 보았는데, 그 충격에 잠의 경계의 시간에 한참을 머무른 적도 있었다.


왼팔이 머리의 무게를 버티지 못할 때쯤 나는 열대야보다 더 큰 고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린 왼팔을 오른팔이 주무를 때마다 찌릿한 전기가 흘렀다. 그것은 마치 팔꿈치가 가구 모서리에 부딪히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이 고통으로 이제야 현실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새벽 3시 53분.... 젠장 , 더 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시간도 주인을 닮나 보다. 두 달 남짓 나의 시간은 정말 애매했기 때문이다. 기침으로 시간 된 시간은 운동도 독서도 글쓰기도 멈추게 하였다. 한순간에 모든 시간이 공백이 되었다. 억지로 하려고 다른 사람과 약속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핑계 맛집에 되었다. 다시 예전 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몸의 변화는 심각했다. 6개월 남짓 제법 볼만한 몸을 고생하며 키웠는데 두 달 남짓에 원래의 몸의 70%가 되돌아왔다. 중간 비만이다. 어깨는 어좁이보다 약간 넓은 어중이가 되었다. 이것마저도 애매해졌다. 기침 탓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쉼에 편해있었다. 그러다 보니 6개월의 고통이 생각나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나질 않아 얼마 전까지 기침 핑계를 대고 있다.


쉼인가? 포기인가? ,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애매한 쉼이었다. 다행인 것은 꾸준히 다시 해야지 하는 생각에 포기란 없다. 때가 되면, 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되면, 무언가 내 의지를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이고 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 시간이 우연히도 열대야가 시작된 오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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