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완전히 소멸되었다. 이번 태풍이 역대급이란 소리에 너도나도 피해가 없이 지나가길 바랬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저히 대비를 하였다. 어떤 지역은 역대급이 무색할 정도로 살짝 설레었을 정도로 지나갔다. 반면 포항과 부산은 피해가 컸다. 우리가 원하는 건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는 거였다. 단지 그거면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인명사고도 일어났다. 안타깝다. 태풍이 지나간 오늘, 해가 뜨고 날씨가 쾌청하다. 이런 걸 보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지나가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며칠 후면 추석이다. 하루빨리 태풍의 흔적을 씻어버리고 다 같이 즐기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
살다 보면 사소한 것조차 힘든 일이 있다. 몸이 아파 그럴 수 있고 마음이 슬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귀찮기 때문이다. 누워서 TV를 보다가 리모컨이 안 보이면 가족에게 시키거나 사방을 구르면서 찾는다. 밥을 차려먹기가 귀찮아 라면을 끓여먹거나 이조차도 컵라면을 먹는다. 이것마저도 귀찮아 굶기도 한다. 일어나기가 귀찮아 5분 더 하다가 몇 시간을 자서 약속시간에 늦기도 한다. 20미터 앞 버스에 뛰기가 귀찮아 보내고 몇십 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메뉴를 고르기가 귀찮아 남이 고른 메뉴를 골라 먹지 못하거나 채하기도 한다. 화장실 가기가 귀찮아 위급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렇듯 귀찮아 나중을 원하면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귀찮더라도 바로 하면 다음이 편해진다.
며칠 전 딸아이와 언쟁이 벌어졌다. 우리 가족은 일요일 가족 독서모임을 한다. 각자 책을 읽고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읽어주는 형식이다. 나는 최재붕이 메타버스 이야기 중에 한 구절을 읽어 주며 딸아이에게 말했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주가 될 거야. 그러니 너도 거기에 맞게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해"
딸아이는 "내 생각은 다른데... , 기술이 발전될수록 환경오염은 심각해지고 온난화도 심화될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다시 불편해도 예전처럼 돌아갈 거야" 라며 내 의견에 반대를 표시했다.
나는 '그건 아니지'라는 표정으로 딸아이를 보았다. 그리고는 "네가 지금 쓰고 있는 것들이 모두 최신 기술이야" , "그리고 앞으로도 기술은 점점 발전될 거고 거기에 너는 지금처럼 쓸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딸아이는 "그것도 맞지, 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 단지 기술이 발전될수록 환경오염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둘 다 조용히 해'라며 우리를 말렸다. 그리고는 중재에 나섰다.' 의견이 다르다고 상대방이 틀린 건 아니야, 둘 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겠어"
딸아이는 분에 못 이겼는지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아내에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언쟁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내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나와 틀리다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판단한 속 좁은 아빠의 그릇에 딸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