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11시 , 헤이리 마을 8 게이트 앞, 나는 노란 간판이 있는 북카페 서있다.그와 만나다는 생각에 긴장이 밀려 왔다. 나는 노란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갔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끌어당김이었다.
매주 우리 가족은 전원주택 여행을 한다. 주로 양평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정했다. 그래서 찾던 중에 마음에 드는 강화도 숙소가 있었다. 여행 바로 전날이라 예약을 할 수 없어, 급하게 헤이리 근처 타운하우스 숙소를 잡았다.
공교롭게도 그 숙소 호스트 닉 네임이 써니였다. 써니는 딸아이의 닉네임이기도 하다. 게다가 딸아이가 가져온 헤이리 마을 안내 책자에 '쑬딴스 북카페'가 있었다. 설마 여기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막연히 당진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반가운 마음에 내일 갈 예정이었던 카페를 포기했다. 당연히 아이들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한 번쯤은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주는 것도 좋다고 아이들을 설득했다.
쑬딴작가의 인연은 그의 책 '개와 술'부터였다.간단히'개와 술'이란 책은 소개하자면 한마디로 술 이야기이다. 여기서 반전은 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개는 아니라는 거다.물론 쑬딴 작가는 탄이라는 골드레트리버를 키우지만 '개와 술'이란 책에서는 자신이 먹는 술 그리고 술에 취한 자신을 개로 묘사했다.
내가 '개와 술'의 읽고 서평을 쓴 이유는 표지였다. 작은 비행기 안에서 술을 먹고 있는 개의 그림이 좋았다. 그래서 개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술을 먹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읽는 내내 무언가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쑬딴 작가의 술 상식과 유쾌한 술버릇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리고 옛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의 추억까지 소환했다.
쑬딴 작가는 내 서평을 보고 이렇게 적었다. ''쌍란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쌍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개와 술'서평을 보기 바란다.) ''대화식 서평이 무언인지 모르지만 너무 신선하네요. 감사합니다''
그게 벌서 1년 전 일이다.
우리는 1년이 지나 오늘 만났다.
매장 안에는 카페 여사장님이 있었다. 쑬딴 작가의 아내분이었다. 쑬딴 북카페의 오너이자 바리스타였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쑬딴작가와 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오너(쑬딴작가 아내)에게 물었다. ''혹시 작가님과 탄이는 어디 있나요?'', 그러자 오너는 말했다, ''산책 갔는데 전화해 볼게요''
쑬딴작가가 오길 기다리며 카페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책에 놀랐고, '리얼리티 트랜서핑'이란 책이 있는 것에 다시 놀랐다. 십분 남짓 시간이 흐를 때 쑬딴작가와 탄이가 매장에 들어왔다.
탄이는 처음 본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했다. 탄이가 생각보다 커서 조금 당황했지만 살갑게 다가온 녀석이 이뻤다. 나는 탄이를 쓰담쓰담해주었다. 그때 쑬딴작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탄이 때문에 우리는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 후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만남이 반갑지만 인사도 안 한 그저 주인과 손님이었다. 딱 그 정도 관계였다. 그 상황이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고 웃기다. 그 옆에 우리를 보고 있는 아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나는 쑬딴 작가와 그의 지인들이 쓴 '오늘 같은 날 헤이리' 책을 읽는 시늉을 하며 슬쩍 쑬딴작가의 행동을 살폈다. 나는 책을, 그는 탄이를 희생 삼아 인사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아내의 전화에 산책을 하다 말고 왔을 텐데,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탄이에게 정신이 팔려있으니 얼마나 황당할까? 이제와 쑬딴 작가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솔직히 문에 들어선 그의 풍채에 놀라 탄이에게 눈을 돌렸다. '개와 술'에 나온 사진 속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잘 못 거는 심각한 I였다. 분명한 것은 쑬딴 작가도 나와 같은 I였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인사하지 않으면 쑬딴 작가와는 주인장과 손님으로 남을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가 있는 자리로 갔다. 내가 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우리는 두 번째 눈이 마주쳤다. 이때다 싶어 그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도 고개로 인사를 했다. 마침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서 인사를 나눈 사이가 되었고 만난 지 15분 후에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