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문을 나섰다. 아파트 출입구 우편함에 우리 집 호수에 우편물이 가득했다. 나는 쓰레기를 버리고 우편물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국민연금고지서와 아내가 후원하는 월드비전 책자.... 그리고 경찰서에나 날아온 무언가가 보였다. 나는 경찰서에서 나온 무언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시 원래 우편함에 넣었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었다. 제발 아니길 기도하며 포게진 무언가를 펼쳤다.
나의 기도발은 없었다. 나는 매주 가족과 함께 전원주택을 체험 중이다. 양평에서 날아온 고지서는 교통위반 고지서였다. 일단 교통위반 고지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범칙금이었다. 범칙금이 작다면 통 큰 나는 과감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내 통은 구멍이 뚫어져 버렸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고지서를 구겨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매장에 도착하고 호주머니 속 구겨진 고지서를 꺼냈다. 그래도 아내보다 내가 먼저 고지서를 발견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고지서를 은밀히 없앨 생각이다. 그래야 내가 산다. 만약 아내가 고지서를 먼저 발견했다면 최소 1개월간 나는 노예로 살아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쨌든 내가 고지서를 먼저 발견한 건 천운이다. 오늘따라 쓰레기를 버리고 싶더라니.... 그래도 내 천금 같은 비상금이 사라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쓰리다.
나는 고지서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위반날짜 1월 19일.... 나는 옆에 있는 달력을 보았고 확인하는 순간..."만세, 만만세, 앗싸라비아 콜롬비아, 아브라타카브라, 하쿠나 마타타" 와 같은 내가 아는 모든 좋은 주문이 떠올랐다.
정확히 위반한 날짜에 찍힌 차는 내가 운전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위반한 사람은 아내였다. 이게 웬 횡재인가? 오늘의 불행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고지서를 휴대폰으로 찍고 비상금으로 납부했다. 그리고 이 히든카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했다. '평소에 사고 싶은 걸 사볼까?, 아니면 가고 싶은 골프 여행은? 하루 자유시간도 좋겠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온다. 시키지 않은 콧노래는 왜 그렇게 흘러나오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