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머니 댁에 갔었을 때 일이다. 초등 아들은 갑자기 물병하나와 동전 그리고 돈 만원을 들고 왔다. 그리고 매형 앞에서 물병 위에 만원을 올리고 동전을 쌓았다.
"고모부, 손가락 하나 사용해서 동전을 건드리지 않고 만원을 빼면 그 돈 드릴게요"
아들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매형은 당황한 듯 보였다.
아들은 더 대담하게 말했다.
"아마 풀기 어려우실 건데..."
매형은 아들의 말에 승부욕을 일으켰다.
그렇게 아들과 매형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3분 후 '퍽' 소리와 함께 아들의 '악'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바닥엔 만원이 떨어져 있었고 동전은 물병 위에 놓여있었다.
매형이 문제를 가볍게 푼 것이었다. 당황한 아들은 자기돈 만원을 주어야 하는 생각 때문인지 연습게임이라며, 다음 문제를 풀면 이만 원을 준다고 딜을 했다. 그 모습에 우리는 박장대소를 하였다. 안타깝게도 아들은 매형 아이큐가 140이 넘는다는 걸 몰랐다.
때마침 대학생 조카가 들어왔다. 우리는 아들에게 그녀에게 문제를 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매형의 딸인 그녀도 풀 거라고 거부했다. 우리는 괜찮다며 한번 내보라고 제차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냈다.
아들은 물병 위에 만원을 올리고 동전을 쌓았다.
"누나, 손가락 하나 사용해서 동전을 건드리지 않고 만원을 빼면 그 돈을 드릴게요"
"단 시간제한은 10분이에요"
옆에 있던 매형이 딸의 승부욕을 일으키기 위해 말했다.
"아빠는 3분 만에 풀었어"
그녀는 그를 째려보았다. 확실히 그 아빠와 그 딸이었다.
5분이 넘자 그녀는 정말 답이 있냐고 물었다. 그 모습에 아들은 확신했다. 다시 여유로운 모습과 이번에 팔짱까지 꼈다. 8분이 흐르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만원을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아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난 재빨리 아들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덕분에 그것이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을까? 그러나 2분 남은 시간제한때문인지 선뜻 내리치지 못했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내리치는 시늉을 했고 아들은 그때마다 안절부절못하고 시계만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찾은 답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들은 빨리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1분이 남았는데도 아들은 시간제한을 앞당겼다. 10..9...8....7...5...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 것이었다. 다행히 초가 없는 시계여서 나만 빼고 아무도 아들의 부정행위를 몰랐다. 그러나 아들은 점점 조여드는 자신의 카운트 다운이 그녀의 실행을 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잠시 후 그때처럼 홀로 나풀거리며 만원이 떨어졌다. 아들은 다시 한번 좌절을 했고 그녀는 자신이 의심했던 방법이 정말로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들은 돈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우리는 박장대소를 하였다.
30분 후 그녀의 오빠인 그가 들어왔다. 우리는 아들에게 형에게도 한번 내보라 했다. 아들은 이번에도 풀 것이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우리의 권유에 아들은 3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었다. 매형은 자신의 아들에게 3분 만에 풀었다며 자랑했고 동생인 그녀도 자신도 풀었다며 그를 자극했다. 아들은 다시 물병 위에 만원을 그리고 그 위에 동전을 올려두었다.
1분 후 만원은 물병 위에 떨어지고 아들은 체념했다. 하지만 그가 했던 방법은 매형이나 동생인 그녀가 했던 방법은 아니었다. 자신의 손가락으로 왼쪽 오른쪽을 치며 조금씩 만원을 앞으로 빼는 방법을 택했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에 우리는 놀랐고 아들 역시 놀랐다.
아들의 문제에 정답을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 두려웠던 조카와 다른 정답으로 자신의 해답을 찾은 그녀의 오빠를 보며 우리의 삶도 이러지 않을까?
그녀는 정답을 알고 있지만 망설였다. 그녀는 한 번의 기회와 시간제한이라는 규칙에 자신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반대로 시간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풀 수도 있어서 아니러니 하다. 물론 시간제한이 없더라도 그녀는 아들이 낸 문제를 풀었겠지만 10분은 넘게 걸렸을 것이다.
우리는 책에서나 미디어에서 인생역전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할 방법을 그들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이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며 실행하길 미룬다.
개그맨이자 서민 갑부 고명환은 교통사고를 크게 나서 절망할 때 병원생활 일 년 동안 5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책을 읽고 자신이 어떻게 살지 방법이 떠올랐다고 했다. 살면서 우리가 자주 듣던 '간절히 바라면 길이 있다'는 말을 그는 독서로 찾았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는 책을 읽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또한 그녀의 오빠가 풀었던 방법처럼 우리가 겪는 문제도 정해진 정답은 없다. 정답이라고 누군가 따라 하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우리는 그 정답 안에 갇히고 자신의 해답은 볼 수 없게 된다.
예로 들면 우리가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건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에 있다. 책만 보면 졸린 이유는 단순한 작업에서 오는 노곤함이다. 친구가 불면증이 있다고 하면 책을 보라며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나 역시 언제나 책은 눈으로 보는 자장가였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읽는데 무려 한 달이 걸린 적도 있었다. 지금도 책을 200권 넘게 읽었는대도 한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흐려진다.
나는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독서를 한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하루 100페이지를 목표를 하는데 두 번의 독서의 실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시간씩 두 번 독서를 실행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1시간씩 하는 독서 사이에 글쓰기를 집어넣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독서와 글쓰기가 서로 이어지는 역할을 하여 두 번째 독서를 쉽게 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고명환의 독서법을 추천한다. 특히 독서에 흥미가 없거나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의 방법을 하기 바란다. 그의 독서법은 하루에 10권의 책을 10쪽씩 읽는 방법이다. 그는 다양한 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생각의 폭을 넓게 만든다고 말했고, 독서의 지루함도 극복할수 있다 말했다.
이 두 가지 방법이 자신에 맞는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무엇을 하든 걸림돌이 생긴다는 것이다. 만약 그 걸림돌을 파내려 한다면 생각보다 깊이 박혀있어 포기할 수도 있다. 나도, 고명환도 ,우리는 그것을 파내려 하지 않았다. 단지 걸림돌을 피해 각자의 해답을 찾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