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찾아온 손님

by 시원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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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때 일이다. 내가 전을 부치고 있을 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휴대폰 화면 너머에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사장님 언제 들어오시나요?"

나는 손님 "오늘 추석이라서 매장에 문은 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찰나 스쳐가는 기억 속 내가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손님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 지금 매장 안에 있는데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뇌가 얼음이 되었다.

"뭐야... 뭐야.. 내가 매장 문을 잠그지 않았던 거야" "어떡해야 하지. 다시 갔다 와야 될까? "

몇 초 동안 나의 뇌는 해결방안을 생각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뇌를 멈추게 한건 손님의 목소리였다.

"오늘 매장을 열지 않으시는 거죠?"

"네, 부득이하게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가 나가면서 문을 잠글까요?"

그 손님의 말에 나의 뇌에서 수많은 방법과 물음이 한 번에 해결되었다.

나는 손님에게 말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가셔서 디지털 도어록 뚜껑을 올렸다 내려주시겠어요"

손님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디지털 도어록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님에게 10번 넘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잠시 집 나간 나의 이성이 되돌아와 있었다. 매장 안 불은 다 꺼있을 테고 문 앞 팻말에는 CLOSE라고 해놓았을 텐데 그것을 못 보고 들어와서 한참을 나를 기다린 손님도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 손님이 문까지 닫게 한 나도 대단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통화를 옆에서 들은 식구들은 자지러질 듯 웃었다.


자영업을 하다 보면 명절에 대한 설렘보다는 쉬는 날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다. 그래서일까? 명절에 나의 마음의 반은 매장에 가있는다. 이번 추석에도 그랬을 거였다. 그러나 추석에 찾아온 손님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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