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스물여섯.
나는 열쇠 도매점을 열었다.
말 그대로,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간판을 내건 날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사흘 뒤, 나는 용인과 수원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시작했다.
내 이름이 적힌 수건과 명함을 들고, 수줍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혼자 다니기엔 쑥스러워 후배들을 불렀고, 그들과 함께 일주일을 뛰어다녔다.
마치 도전을 알리는 인사를 세상에 건네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장사의 첫걸음을 뗐다.
어설펐지만 진심이었다.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내 얼굴과 서툰 말투를 보며 누군가는 미소로 응답했고,
누군가는 무심히 돌아섰다.
그리고 매장엔 하나둘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열쇠업자가 매장에 들어왔다.
손에 제품을 들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저번에 사간 건데, 잘 안 돼.”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물건을 교환해 주었다.
초도 불량은 흔한 일이니까.
그는 조용히 돌아갔다.
며칠 후, 주문해 놓은 물건이 도착했다.
나는 그동안 모아둔 불량 제품들을 상자에 담아 배송 기사에게 건넸다.
“초도 불량입니다.”
그는 상자 안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많아요?”
7개. 전체 물량의 거의 20%였다.
그는 물건 하나를 꺼내어 내 눈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이거, 새 제품 같아요?”
그 물건 틈새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또 다른 제품은 키가 없다고 반품된 것이었는데,
그는 새 키를 꺼내어 넣어 보였다.
아예 맞지 않았다.
“이건 아예 다른 회사 제품이에요.
키가 들어가긴 해야죠. 회사마다 규격이 다르니까요.”
그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사장님이… 너무 어려 보여서.
초짜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무조건 다 받아주시면 안 돼요.”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밤, 상자 안 남은 여섯 개의 물건을 바라보며
속이 쓰렸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를 ‘아무렇지 않게’ 속일 수 있었고,
나는 그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나를 속인 몇몇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 한 구석에서 느꼈다.
세상은 초짜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탓할 이유는 아니라는 것도.
장사를 하며 알게 된 진실 중 하나는,
신뢰는 처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을 견디며 쌓아 올려야 하는 ‘무형의 재고’라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사람들은 나를 이용한 거야.”
“다신 속지 않겠어.”
그 모든 말들은 분노로 포장된 슬픔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나는 이용당한 것이 아니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의 나는 세상을 너무 선하게 바라봤고,
세상은 나에게 너무 무심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 무심함 덕분에,
나는 단단해졌고, 뿌리가 깊어졌다.
24년이 지났다.
지금도 가끔 누군가는 나를 다시 ‘초짜처럼’ 다룰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웃는다.
진짜 초짜였던 시절의 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초짜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인생이 나를 키우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라고.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초짜의 마음도 잊지 말자.”
그 마음을 잊지 않는 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장사꾼이,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