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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Dec 22. 2023

초짜의 행운 같은 건 없다.

자영업자 생존기

나는 자영업을 시작한 지 3일 후부터 용인과 수원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시작했다. 혼자 다니기가 조금 부끄러워 후배들에게 부탁해서 같이 일주일간 열쇠점을 찾아다니며 개업 수건과 명함을 돌렸다.  그 덕분에 매장에 손님은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열쇠 업자가 매장에 들어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물건 하나를 내밀며 나에게 말했다.

"저번에 사갔는데 잘 안돼"

초도 불량이라 흔쾌히 물건을 바꿔주며 나는 말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초보불량된 물건은 며칠 후 새로운 물건을 받을 때 반품을 시키면 되기 때문에 일일이 살펴보지 않아도 되었다.  


며칠 후 내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한 사람이 왔다. 나는 그동안 모아 온 박스에 담긴 초조불량된 물건을 들고 나왔다.

"여기 초보 불량입니다"

그는 7개 남짓의 불량 물건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나요"

"그럴 리 없는데...."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반품된 물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에게 오라며 손짓을 했다.

그는 물건 하나를 집어 들더니 내 눈 가까이에 가져다 대었다.

" 자, 이거 보세요"

"뭔가 이상하죠"

그랬다. 새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먼지가 많이 끼어있었다. 

"자, 이건 어때요"

그가 가리킨 물건은 얼마 전 다른 손님이 가지고 온 물건이었다. 그 물건은 키가 들어있지 않다며 반품한 물건이었다. 

그는 새로운 물건을 열고 거기에서 키를 꺼냈다. 그리고는 반품한 물건의 키 구멍에 집어넣었다. 

"안 들어가죠?"

"이건 다른 제품이에요"

"같은 제품이면 다른 키라도 일단 들어가야 되거든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건 다른 제품이에요"

"회사마다 키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다른 제품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건 보세요"

"상표가 틀리죠"

"저희는 현대, 이건 엔젤"


그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사장님이 너무 어려 보이고 초짜라고 생각해서 속인 것 같은데요"

"무조건 반품을 다 받아주시면 안 돼요"

"40개 남짓 물건에 초도 불량이 7개나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많아야 한두 개죠"


그 당시 나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40~50대가 열쇠 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정도로 나는 어리고, 초짜였다. 결국 내가 모아 온 불량제품 7개 중 제대로 된 반품은 1개였다.  나는 남아 있는 6개의 불량 물건을 바라보며 나를 속인 몇몇의 열쇠 업자들에 대한 배신감에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온다고 해도 상황은 이미 종료되었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들과 싸울 용기도 없을뿐더러 이미 물 건너간 일이었다. 대신 나를 속인 몇몇의 열쇠업자들은 앞으로도 내가 초짜를 벗어날 때까지 수많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돈을 받고 물건을 팔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초짜에게 모든 사람이 도움을 줄 거라는 믿음 또한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것도 어찌 보면 그들 덕분 아니겠는가?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 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경험상 초짜는 이용가치만 있을 뿐 초짜의 행운 같은 건 없었다. 


그들 덕분에 나는 23년 열쇠 베테랑이 되었지만, 지금도 나를 초짜라고 생각한 열쇠업자가 아주 드물게 나를 시험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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