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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ul 08. 2024

열쇠매장에 카페라니(2)?

자영업자 생존기

내가 열쇠매장에 카페를 만들려고 할 때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만족할만한 공간이 되어야 하고 내가 바라보는 곳에는 열쇠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내가 만족할만한 공간이 되려면 열쇠 특유의 쇠의 질감이 가지는 침침한 느낌을 바꿔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탕이 되는 매장의 색을 선택해야 했다. 


때마침 4월이라 가로수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나는 초록을 보면 생기를 느낀다. 그래서 그것이 다시 시작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 내가 자영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과 맞닿았다. 나는 매장을 초록으로 결정하고 초록에 색감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초록에 관련된 인테리어를 보다가 연한 그린과 진한 초록이 사선으로 나누어 칠한 벽면을 보았다. 나는 사진을 캡처했다. 정형화된 그린이 아닌 내가 원하는 그런 색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판단되는 나는 색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다. 페인트 매장이라고 색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매장은 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쉽게 매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매장이 있는 곳 주변에는 타일 도기, 새시, 페인트, 인쇄, 인테리어필름, 커튼, 철물, 등등 인테리어에 관련된 모든 매장이 있었다. 인테리어 필름 사장님의 소개로 내 매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가 원하는 페인트 매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나는 내가 원하는 색감을 찾았다.





매장의 콘셉트의 한쪽 벽면에서 시작했다. 길게 사선으로 연한 그린과 진한초록이 조화를 이루고 정면에는 또 다른 연한 그린의 선반을 사고 그위에는 제품이 들어갈 수 있는 장을 제작했다. 장에는 문을 달아 밖에서는 보이되 안에서는 제품이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문이 너무 밋밋한것 같아 당근에서 구매한 그림을 붙였다. 이렇게 정면과 한쪽 측면에는 그린으로 만들고 다른 쪽에는 화이트의 색감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곳에 카페를 만들었다. 양쪽 만나는 모서리에는 벤자민과 고무나무들을 놓았다. 그렇게 한 달 남짓 공사로 내가 원하는 공간을 이루었다.



나는 이 공간을 철저히 나만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내 매장을 오는 손님들은 꽉 들어차있는 물건으로 인한 답답함을 간혹 나에게 말했었다. 게다가 직접 손님을 데리고 오는 사장님들도 답답한 나의 매장에 오는 것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소개해줄 매장이 깨끗하고 산뜻하면 데리고 오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 


한 달이면 되었을 것을 나는 20년 동안 답답한 매장에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매장은 익숙함이었다. 그렇게 20년이 흐르고 어느 날, 정말 어느 날 갑자기였다. 이 무료하고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절실한 내가 선택한 것이 새로움이었다. 그 새로움은 내가 무엇을 하던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피어오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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