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생존기
나의 열쇠 매장은 15평 정도이다. 열쇠매장으로는 제법 큰 편이다. 보통 소매업 열쇠 매장은 평균 6평 남짓이다. 물론 내가 열쇠 도매업을 하기 때문에 두 배정도의 매장크기를 가진 것은 당연하다. 옛말에 장사를 하려면 없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덕분에 지금 내 매장이 이렇게 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사람의 사고방식도 변하기 마련이다. 옛말 따라 하다가 나처럼 악성재고가 70%로 넘는 매장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였다. 더 해빙의 책을 읽다가 무언가 답답함이 밀려왔다. 매장문 옆 작디작은 의자 하나 있을 내 공간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이내 썰물처럼 밀려오는 생각 하나, "너 이렇게 살 거야?" 나는 주위를 살폈다. 매장 앞까지 가득 차 있는 물건들, 그리고 손님 둘이 서있을 공간, 그리고 그 옆 의자하나 놓여있었다. 지금 나는 어느 공간의 의식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제와 다른 오늘,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진열해 놓은 열쇠제품들을 살펴보았다.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 역시나, 일 년에 한 번 두 번 나갈까? 말까? 하는 제품들이 태반이었다. 평소 나의 의지라면 '될 대로 되라지' 같은 마음으로 지금 매장을 만족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그렇게 19년을 버텼다. 하지만 오늘의 나의 의지는 달랐다. 이미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은 조정당했다. 나의 손은 악성 제품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제 진열대를 분해하였다. 얼마나 흘렀을까? 매장 안에는 널브러진 열쇠제품들과 19년 쌓여있는 먼지로 가득했다. 매장 밖에는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지가 두 개가 나와있었다.
먼지퉁이 괴물이 된 나는 매장 안 밖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덕분에 종이 박스 더미들과 플라스틱 그리고 쓰레기 봉지들이 도로를 점령했다. 더 이상 체력이 몸을 허락하지 않을 때, 하루라는 시간도 끝이 보였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귀가를 하였다. 이 정도면 의지가 사라질 만도 한데.... 다음날 새벽 6시에 매장에 도착했다. 어제 자기 전 이른 출근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마음을 먹는 대로 나는 행동했다. 나의 의지는 시간이 갈수록 견고해질 뿐 요지부동이었다.
매장밖 도로에 점령해 놓은 것들은 이미 환경미화원들이 치워 깨끗했다. 나는 그곳을 다시 종이 박스와 플라스틱 그리고 쓰레기 봉지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이따금 주위 매장 사장님들이 나에게 이사 가냐고 물어보았다. 그럴 것이 몇 날 며칠을 매장 밖에 쓰레기 더미들을 배출했으니, 이사 가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나만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너끈히 8명은 앉자 있을 이 공간에 아주 특별하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바라보는 이 공간에 열쇠를 떠올리지 못하도록 할 요량이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나의 의지는 타오르기 시작하는 초여름 햇살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