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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May 06. 2024

제약이 없는 것이 제약이 될 때

자영업자 생존기

평소 나의 일상은 새벽 5시에 기상을 시작으로 이루어진다. 운동과 독서 그리고 나의 일과를 하다 저녁 7시에 퇴근을 하고 저녁 9~10시에 잠을 잔다. 이것이 요즘 나의 일상의 루틴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조차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앞서 지금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 전에 제약이 없는 것들을 다 버렸기 때문이다.


예전 나는 아침 7시에 기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게 자는 버릇이 생겼다. 이런 버릇이 미디어의 노출을 장시간 만들었다. 잠을 자는 시간은 지금과 같았지만 새벽에 깨기를 몇 번을 했다. 잠의 질은 나빠졌고, 성격도 예민해져 갔다. 조그마한 일조차 짜증을 부리며,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당연히 몸도 좋지 않았다.


평소 생활에 안주하던 것들이 한꺼번에 제약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변해가는 나 자신을 인지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그저 탓으로 돌려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산책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산책이라... 아내의 제안에 일단 '해보겠노라' 말을 하였지만, 평소 보다 일찍 기상을 해야 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 해볼까?라는 결심에 다음날 새벽 5시 알람을 맞춰놓고 저녁 12시에 잠을 잤다. 작심삼일 일지라도, 첫날은 그 결심에 힘으로 해낼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결심에 알람이 울렸을 때,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첫 산책의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현관문을 나서고 집 앞 산길을 올랐다. 아직 4월이라 찬 공기가 내가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을 통해 가슴 깊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이 정신을 맑게 하고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아직을 어둑한 산길에 홀로 걷고 있는 나 자신이 무섭기도 하였다. 이따금 산길 생활하는 개의 짖는 소리가 들릴 때면, 올라가는 걸음을 멈췄다. 그러길 반복하다 은근히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 못 가 다시 되돌아 내려왔다.


집에 도착해 보니 5시 40분이었다. 고작 나의 첫 산행은 20여분 남짓이지만 정신을 맑아있었다. 그런 맛에 다시 이불속 나는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멍하니 소파에 앉자 있을 순 없어, 출근 준비를 했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출근을 하였다. 이른 출근이 해서 그런지 매장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달랐다. 아직 새벽을 머금고 있는 공기와 이제 막 어둑을 지나 회색의 시간에 매장을 여는 주위 사장님들과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는 청소부들 그리고 그 시간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위기가 무색할 만큼 나는 연거푸 하품을 했다. 평소보다 이른 기상 탓이었다. 물론 잠자는 시간이 줄어서였을 테다. 그날 나는 하루종일 잠술에 취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 습관들이 제약이 생기면 다른 습관들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다시 평소의 습관처럼 변화고 제약이 걸리면 또 다른 습관들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우리 자신이 변화됨을 느끼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제약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 변화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것이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작심삼일일지라도, 아니 단 하루의 습관일지라도 말이다. 


무릇 습관만은 아니다. 평소 일에서도 제약이 생기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생긴다. 어느 날 10년을 이어오던 나의 열쇠 도매업이 제약이 생겼다. 물건만 팔아 이득을 취하는 도매업이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점점 온라인 판매와 차로 판매하는 도매업자들이 생겨나면서 나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이유로 가격 경쟁은 매장을 갖고 있는 나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그 시기에 나는 결혼을 하였고, 하나보다 둘을 챙겨야 하는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그때까지 안주해 오던 판매 일상이었던 나의 운영 방식은 제약이 걸렸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현실에 안주해 오던 내가 지금의 내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그때의 나의 심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다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주위 소매열쇠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내 매장 운영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도'는 지켜야 할 나의 족쇄였다. 그래서 주위 소매 사장님들이 내 물건을 쓰지 않아도 소매가 들어오면 건너편 소매 사장님에게 일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내 매장 운영이 제약이 된 마당에 굳이 내가 그들에게 '상도'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나는 곧바로 친한 사장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열쇠 기술을 배웠다. 평소 하던 것과 다른 방식이어서 무서웠다. 이것마저 안된다면 10년을 유지해 오던 것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있다가는 매장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조금씩 소매 열쇠업을 병행하면서 다시 평온한 일상을 찾게 되었다. 물론 내가 소매업을 하러 출장을 가는 사이에 매장 앞이라는 종종 걸려오는 손님의 전화에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게 되는 것이 세상이치인 것을... 다만 그 잃게 되는 것이 평소 안주해 오던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로 우리의 일상이 제약이 없는 것이 제약이 될 때, 우리는 점점 나아지는 자신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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