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생존기
처음 시작은 열쇠 도매업이었다. 그래서 문을 열거나 설치하는 열쇠 기술들은 필요하지 않았다. 열쇠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오면 물건을 설명하고 팔기만 하면 되었다. 다만 열쇠 복사하는 기계를 가져다 놓은 터라 그 기술을 익혔다.
열쇠 복사는 얼마나 원본과 동일하게 깎는 데 있다. 열쇠 대부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핀들이다. 그 핀들이 알맞은 깊이의 열쇠를 만날 때 열린다. 그래서 열쇠를 덜 깎거나 깊게 깎으면 불량품이 된다. 처음 이 기술을 배웠을 때, 버리는 재료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 몇몇 손님들은 집에 갔다 오기를 여러 번 해야 했다. 간혹 집과 매장을 오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환불하는 손님들도 계셨다. 그러나 젊은 사장이 안쓰러운지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그 덕분에 수많은 경험이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23년이 된 지금, 나의 열쇠 복사 기술은 숙달에 경지에 이르렀다.
시대는 변화하고 열쇠업도 그것에 맞춰 변화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도매와 소매의 구분이 없어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더 이상 도매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러다 소매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왔다. 천천히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버틸 수 없다는 불안감과 소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내가 지켜온 상도(도매는 소매를 하지 않는다.)를 무너뜨렸다. 그렇게 나는 이제 10년의 숙달된 도매에서 다시 초보 소매 열쇠업자가 되었다.
열쇠 도매와 소매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바로 기술의 차이였는데, 소매 열쇠 기술의 대부분은 문을 개문하거나, 설치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친한 사장님들에게 부탁을 하고 열쇠 기술들을 익히기 시작했다. 한두 달이 흘렀다. 이제는 제법 열쇠 여는 기술이 손에 익었다. 그러나 나는 두려움에 출장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두 달이 더 흐르고 나서야 나는 첫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첫 출장을 가던 내내 나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손님 앞에서 30분을 헤매고 있었다. 매장에서 쉽게 해결되던 것이 막상 손님 앞에서 그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다. 나의 초초한 마음은 손님은 그런 날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 설마 한심하게 쳐다보는 건 아니겠지?, 지금이라도 못한다고 말할까?라는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만들어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소가 뒷걸음치던 차에 생쥐를 잡는 것처럼 왼손에 잡고 있는 꺽쇠가 휘리릭 돌아갔다. 문이 열린 것이었다. 나는 안도감에 숨을 크게 몰아세웠다. 비록 시간을 많이 걸려 문제를 해결하였지만 첫 개문 성공에 손님이 돈을 지불하자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애간장 녹는 나의 첫 소매일이 끝이 났다. 지금도 개문이 잘 안 되면 가끔 그때 일이 생각난다.
초보는 초보일 뿐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나 역시 열쇠 초보시절 많은 일을 겪었다. 손님 매장 유리문을 깨뜨린 적도, 문에 구멍을 잘못 뚫어 문을 바꿔준 적도 있었다. 열쇠 원본과 복사본을 바꿔 깎아 물어준 적도 있었고, 경매집행 때 상대편에게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고독사도 직접 보았고, 손님말만 믿고 열어주었다가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적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열쇠업을 23년 지속하고 있다.
나는 경험이 만든 숙달된 전문가다. 경험이 만든 숙달이 나에게는 열쇠 기술이고, 옆집 타일 사장님은 타일 기술이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 일하는 우리는 모두 숙달된 전문가이지 않을까?. 다만 숙달된 전문가라 할지라도 자신의 분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그런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숙달된 전문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하는 일에서 만큼은 실수를 줄여 나가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