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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Apr 01. 2024

내가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유

자영업자 생존기

며칠 전 옆집 타일매장 사장님과 식사를 했다.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현듯 그에게 여행에 대해서 물었다.

"사장님 여행 또 안 가세요?"

나의 이런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시간이 없어 못가"

"저번에 다녀오셨잖아요?"

그는 몇 달 전 북해도를 갔었다. 그가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의 딸이 결혼 20주년을 위해 예약한 것이었다. 그는 갈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다.       

그는 매장에 문을 닫는 것에 대해 민감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을 통해 매장에 문을 열었다. 그 덕에 나는 그가 여행을 떠난 것을 몰랐다. 그는 여행 내내 매장생각에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 아마도 그는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았으리라.. 이미 몸과 마음은 분리로 걱정이 태산이었을 그가 나는 짐작이 간다. 그리고 이런 경험 탓에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겠노라 다짐했을 것이다. 


지금 그를 보면 몇 년 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열쇠업을 한 지 15년 만에 처음 여행을 갔다. 그것도 그와 마찬가지로 결혼 10주년 여행이었다. 그래서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게다가 이 여행은 내가 장기간 매장비울 첫 여행이었다. 그때 나의 매장 500M 반경에는 같은 열쇠업 매장이 5개나 있었다. 혹시라도 손님들을 경쟁업체 매장에 빼앗 끼진 않을까?. 나는 타일 사장님처럼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아침에 매장문을 열고 저녁에 좀 닫아줘"


내가 여행 중이란 사실을 아무도 몰라야 했다. 나는 여행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전화가 오면 잠시 출장 중이라며 둘러 대었다.  혹여, 내가 '팔자가 좋아서, 장사가 잘 돼서 여행을 갔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내 매장에 손님이 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불안한 마음은 이런 상상을 사실처럼 만들어버렸다.


내 주위에 자영업자들은 휴가를 갈 때도 대부분 7월 말에서 8월 초에 간다. 이 조차도 안 가는 자영업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날짜에 간다. 내 매장 옆 사장님도 그렇다. 그 옆에 필름 사장님도 그렇다. 그 옆에 철물사장님도, 반대편 인쇄 사장님도 그렇다. 자영업자인 우리가 이러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매장 근처 경쟁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누군가는 말한다. 

"몰려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물론 이점도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부분은 자신의 매장 근처에는 경쟁업체가 없길 바란다. 경쟁업체가 있으면 쉬는 날, 같이 쉬어야 하고, 퇴근도 같은 시간에 해야 한다. 이런 규칙은 자영업자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리고 그 룰은 자영업자인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다. 그런 우리에게 여행을 그 룰을 깨야만 하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일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싫었다. 그 변화가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서일까? 쳇바퀴 같이 도는 삶을 사는 나였다. 나는 지금의 평온함이 순간에 모난 돌로 인해 유리처럼 쉽게 깨져버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해진 하루, 정해진 일과 시간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매장이었다. 그런 탓에 나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여행이었고, 그로 인해 매장문을 닫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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