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생존기
열쇠 자영업을 하면서 종종 이런 문의가 오곤 한다. 어제도 이런 문의가 들어왔다.
"저 혹시 구멍을 타공 하는 일도 하시나요?"
"네, 합니다."
"그러면 오셔서 구멍 하나 타공 부탁드려요"
"네, 어디시죠?"
"그런데 얼마인가요?"
"오만 원입니다"
"너무 비싸네요"
"그냥 오셔서 구멍하나 뚫어 주시기만 하면 되는데요?"
"네. 그러니까요"
고객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
"사장님에게는 쉬운 일 아닌가요?"
"쉬운 일요?"
"구멍 한 개 뚫는데 금방이시잖아요?"
"네, 얼마 안 걸립니다만...."
"그러니까요, 너무 비싸요"
"뭐... 손님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런데요... 제가 그것을 뚫기 위해 저는 매장을 닫아야 합니다."
"고객님 집에 방문해야 하니까요"
"제가 고객님 집에 출장 가는 동안 손님은 받을 수 없어요"
"그리고 고객님 집에 방문을 하려면 제 시간을 사용을 해야 하죠"
이런 나의 말에 이해를 하는 고객도 있지만 이해를 못 하는 고객도 있다. 어제의 고객은 후자에 속했다.
"출장일을 하려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것까지 제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맞습니다."
"다만 저는 고객님이 구멍 하나 뚫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하셔서 말한 것뿐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요?"
"고객님도 구멍을 뚫지 못해 저에게 전화를 거신 거잖아요"
"고객님도 해결하지 못한 일이 왜? 저에게는 쉬운 일이죠?"
이런 일들은 개문(문 여는일)을 할 때도 자주 일어난다.
어느 날 한 고객이 전화를 했다. 그 고객은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열쇠가계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아이가 문을 잠갔어요"
"몇 살인가요?"
"세 살입니다. 아이가 안에서 못 나오고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나는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심장이 빨리 뛴다.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로서 다급한 마음이 이해가 되서일까? , 나는 최대한 빠르게 가려고 노력한다.
고객의 집에 다 달았을 때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그만큼 부모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나는 서둘러 장비를 챙겨 잠가져 있는 문으로 향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울음소리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나는 다급히 장비를 열었다. 그리고 열쇠 구멍에 적쇠(열쇠를 여는 도구)를 넣었다.
"덜컥"
부모의 바람인지 문은 5초도 채 안되어 열렸다.
나는 개문을 하는데 평균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운이 좋으면 10초 안에 해결되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아이의 엄마가 문이 열리자 들어가 아이를 안았다. 그 사이 나는 장비를 챙겼다.
아이는 엄마품에서 울음을 그쳤다. 진정된 아이를 보고 아이엄마는 말했다.
"얼마죠?"
"네, 3만 원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네?"
"금방 하셨는데 너무 비싸요"
나는 아이의 엄마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나의 노고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비싸다니요?"
"얼마 전까지 빨리 와달라고 하시고서는...."
"빨리 열어야 되는 상황 아니었던가요?"
"그리고 제가 늦게 열면 돈을 더 주실런지요"
이런 나의 말에 아이엄마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내가 초보였을 때, 구멍을 잘못 뚫어 현관문을 통째로 갈아줄 뻔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고객님께서 이해를 하셨고, 그 보답에 나는 디지털 도어록을 무상으로 설치해 주었다. 그런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듯이, 기술은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숙련된 기술이 만들어진다.
물론 옆에서 보는 사람은 그게 쉽게 보일지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쉬운 것을 못해서 열쇠기술자를 부른 본인이 쉽다고 말하는 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과 같다.
세상에 어떠한 것도 쉬운 일은 없다. 단지 그렇게 보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