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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Feb 06. 2024

저도 '정가'입니다만..

자영업자 생존기

7시 30분 이른 아침에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걸어온 고객은 나에게 개문 요청을 했다. 때마침 운동을 쉬는 날이라 일찍 출근했던 나는 서둘러 고객이 알려준 주소로 출발했다. 고객이 있는 곳에 거의 다 달았을 때 칼국수 음식점 앞에 서있는 한 여성이 보였다. 나는 그녀가 서있는 매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장비를 꺼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나의 인사에 고객을 끄덕이며 손짓으로 매장문 하단에 있는 열쇠를 가리켰다. 나는 알았다며 말한 뒤 장비를 사용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들어가라며 말했다. 그녀는 매장 불을 켰다. 나는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가 "얼마인가요?"라고 물었다.

"네, 3만 원입니다."

나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너무 비싸요"

"쉽게 열었는데..."

그녀의 말끝을 흐리는 말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순간 마음속에는

'그러니까 쉽게 열어 3만 원은 너무 비싸다는 건데....'

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어렵고 느리게 열어줘야 하나요?"

그녀는 그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만원만 받으시면 안 될까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화도 일어났지만 간신히 누르고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기본 출장비입니다"

"기본은 최소한으로 받는 출장비랍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말은 그녀의 생각을 돌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 역시 그녀의 생각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같은 말만 되풀이되는 상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나에게 통하지 않자, 이제는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제가 만원에 열었어요"

"사장님은 너무 비싸네요"

내가 반응이 없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럼 2만 원만 받으세요"

그녀는 이제 가격을 정하기까지 이르렀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화를 누르려 큰 숨을 한번 내쉬었다.

그리고는 그녀 머리 위에 있는 메뉴간판을 보았다.

'칼국수 9000원'

나는 말했다.

"만약 만원에 개문을 하셨으면 거기 업체에 전화를 하셔야지요"

"이른 아침에 10분 안으로 출장 와서 사장님 고민을 해결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도 얼마 전 칼국수를 먹었는데 6000원이었습니다"

"제가 칼국수를 사장님 매장에서 먹고 비싸다면서 6000원을 주면 사장님은 받아들이실 건가요?"

"사장님의 칼국수 가격이 '정가' 이듯이 저의 출장비도 '정가'입니다"

이런 나의 말에 그녀는 지갑을 펼쳐 보였다.

그녀의 지갑 안에는 만원 두장과 천 원짜리 몇 장이 보였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최후통첩이었다.

"보세요, 이것밖에 없어요" 

나는 차로 달려가 안에 있는 카드단말기를 꺼내오고 싶었다. 하지만 10분 넘게 이런 문제로 실랑이하는 것이 지치고 싫었다.

나는 "사장님, 제 가격은 사장님이 정하시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그녀에게 2만 원을 받고 매장을 나갔다.


사실 그녀의 매장에 나는 고객으로 몇 번을 갔었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맛있어 단골이 되어갈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에 나는 나도 당신의 고객이라며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 이후로 더 이상 그곳에 갈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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