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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30. 2024

가치의 위기

자영업자 생존기

나의 직업은 열쇠업이다. 이 직업을 한마디로 말할 것 같으면 기술직이다. 23년 전 내가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개문이나 열쇠복사 그리고 시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도어록이 나오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열쇠업이 디지털 도어록이 주가 된 상황이라서 다양한 열쇠 기술들이 사라지고 있다. 말하자면 열쇠업이 기술직이 아닌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열쇠업은 경기의 흐름을 잘 타지 않는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웬만한 불황에도 굳건히 견딜 수 있었다. 특히  2008년에 금융위기 때에는  열쇠업을 창업하기 위해 꽤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열쇠업 특성상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술만 가지면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절 나는 창업을 시키고 각종 열쇠기구들을 제작해서 판매를 하였다. 그 덕분에 오히려 금융위기 전보다 매출이 증가하였다. 그리고 구색의 명분아래 악성재고들도 처분할 수 있었다. 부동산도 매매는 어려웠지만, 전세는 많이 움직여 열쇠의 수요는 줄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의 위기가 한 가지 문제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루어져 있다. 코로나, 전쟁, 환율, 건설재료상승, 부동산 침체, 인플레이션 등등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모여 지금의 위기가 만들어졌다. 


열쇠업을 시작한 지 23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위기들은 나를 위협하고 있다. 매매와 전세의 동시 몰락과 디지털 도어록으로 인해서 예전의 열쇠 기술들이 쓸모없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가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나의 가치는 내가 책정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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