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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17. 2024

우연의 일치

자영업자 생존기

휴일 아침 날씨가 매섭게 불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에 나갔다가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나의 얼굴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감각이 무뎌졌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고객이었다.  

"여보세요, 거기 열쇠 전문점이죠?"

"네, 그런데요"

"어제 설치한 사람인데요, 현관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갑자기 현관문에서 소리가 난다니.. 나는 재차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현관문에서 소리가 난다고요?"

"네, 잘 들어보세요"

하지만 그녀가 들려준 소리는 나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차 다시 들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고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지금 상당히 마음이 어지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혹시 디지털 도어록에서 소리가 들리나요?"

나의 물음에 고객은

"아뇨 디지털 도어록 반대쪽이요"

"문에서 심하게 '끼익' 거려요"


나는 고객의 말에 현관문이 밑으로 처졌거나 위쪽 어딘가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고객에게 말했다.

"문은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작업한 것은 문 앞쪽이고요"

"아시다시피 디지털 도어록은 문을 떼고 하는 작업은 아니라서요"

하지만 나의 설명에도 고객은 내가 디지털도어록을 설치한 후부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문을 두드린 것을 남편이 보았다고 했다. 정말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더 이상 여기서 내가 발뺌을 한다거나 하면 아마도 이 통화는 싸움으로 번질 것이 자명했다. 그리고 하루 전 일이라서 나는 말했다.

"제가 월요일 아침 10시에 방문드리겠습니다"

그제야 고객은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23년을 일하면서 버티는 것보다 한번 방문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안다. 비록 나의 잘못이 아니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 문제에 대해 나는 잘 알지만 고객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월요일 아침 9시 40분에 고객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을 눌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객의 모습이 보였다. 현관 문이 반쯤 열린 상태에서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는 고객이 보였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를 벼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예상함에도 고객의 그런 모습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혹시 모를 일이지 않는가.


고객은 내가 가기도 전에 문을 활짝 열고 말했다.

"자 들어보세요"

그 덕에 나는 인사할 겨를도 없이 귀를 기울여야 했다.

문은 그녀의 말처럼 '끼이~~ 익'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닫혔다.

고객은 '내 말이 맞죠?'라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기사님이 가신 뒤부터 이런 소리가 나요"

정말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나는 문 소리를 들은 후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는 다시 문을 활짝 열고 소리에 집중했다. 예상대로였다. 문 밑에는 오랫동안 닿은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다. 고객의 현관문도 그러했다. 현관문 아래틀에는 3센티미터의 부채꼴 모양의 광이 보였다. 그것은 이음새 부분에 철끼리 장기간 쓸리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나는 고객에게 손짓을 하면 밑을 보라고 말했다.

"보이시죠, 문이 주저앉자서 저기가 닿아 생기는 문제입니다"

"디지털 도어록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고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가져온 윤활제를 광이 부분과 이음새에 뿌렸다. 그리고는 문이 다시 활짝 열었다. 그제야 문은  소리를 멈췄다.


들리던 소리가 멈추자 고객은 안도하며 물었다.

"기사님이 가져온 윤활제를 뿌리면 되나요?"

"아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닙니다"

"지금은 소리가 나지 않지만 문이 더 처지면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조금 지켜보다가 윤활제를 뿌려도 소리가 나시면 문수리 전문가를 부르셔야합니다."


그제야 고객은 나의 잘못이 아님을 납득하였다.

나는 그런 고객의 모습에 넌지시 농담을 건넸다.

"화장실문 두드린다고 안방문이 고장 나는 건 아니잖아요"


고객의 현관문은 두 짝이었다. 그런데 문과문사이가 너무 타이트하여 메인 문은 보다는 쪽문을 손을 보았더랬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고객은 당연히 내 잘못임을 확신하였던 것이었다. 게다가 고객의 집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간 날은 입주청소 중이었다. 그다음 날 그러니깐 나에게 문 소리가 난다고 전화한 날 고객은 입주를 마친 상태였다.


그것이 왜 문제였을까? 생각해 보면 인테리어와 입주청소 때에는 다른 소리들로 인해 문이 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사기간에는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정신이 없다. 더욱이 현관문은 인테리어가 필요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입주를 하고 난 뒤에 마침 마음이 평화롭던 때, 공교롭게도 내가 설치한 날에, 고객은 문이 쓸리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말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도 상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내가 전화통화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일도 그러했다. 나는 고객이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잘 파악한 덕분에 고객의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자영업자는 남들보다 더 많은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어찌 보면 다 우연에 일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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