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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15. 2024

생각하지도 못한 위기

자영업자 생존기

 1년만 버티자는 목표가 실현이 되어가고 있던 어느 날 60대 어떤 여자가 찾아왔다. 나는 당연히 손님이라 생각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세오세요"

그녀는 나의 인사를 바람처럼 휙 던져버리고 매장 안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멈추어 생각하더니 매장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이없고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자 길 건너 부동산에 들어갔다. 


며칠뒤 그녀는 부동산 사장과 함께 나의 매장을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매장을 언제까지 비워주실 수 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나는 다짜고짜 매장을 비워달라는 그녀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그때 옆에 있던 부동산 사장이 나에게 말했다.

"아, 그게 이 건물 주인이 오늘 건물을 파셨어요"

그랬다. 나의 매장 건물주는 나에게 말도 없이 건물을 판 것이었다. 그리고 새 건물주인 그녀는 이제 나의 매장을 비워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보통 상가는 1년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녀도 알았을 터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막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부동산 사장의 말에 놀라 손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는 재차 물었다.

"정말 파셨어요?"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무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행동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제 자신의 건물이니 '넌 그냥 꺼져주면 돼'라는 식의 팔짱을 끼고 옆에 동석한 부동한 사장과 나의 매장을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대화가 귓가에 들리고 있었다.

"잠시만요?"

"일단 주인아저씨에게 전화해 보겠습니다"

나는 그들을 돌려보낸 뒤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1년을 버티자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열쇠 관련된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녀는 부동산 사장과 다시 매장에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더위를 잔뜩 먹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그동안 많은 것을 알아본 터라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녀는 서리 낀 차 유리창에 와이퍼가 움직이는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생각해 보셨어요?, 언제 나가실 건가요?"

나는 이제는 나가달라는 그녀의 말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전 나갈 생각은 없는데요"

"계약서를 보니 1년이 아닌 2년으로 계약이 되어있고요"

"그리고 지금은 전 주인이신 그분이 권리금을 받으셨거든요"

그랬다. 지금 내 매장은 전에 주인이 음식점을 한 자리였다. 그래서 전주인은 나에게 정수기와 에어컨등 기계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권리금을 받았었다. 무엇보다도 처음 계약할 당시 나의 아버지는 2년을 계약했다. 그것이 나에게 큰 무기가 될 줄이야... 


나는 얼마 그녀에게서 받은 표정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녀는 옆에 동석한 부동산 사장과 한참을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전주인이 이런 사실을 숨긴 것 같았다. 그들은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더니 매장을 나갔다. 나는 나가는 그들 뒤로 손짓과 못된 말을 보냈다.


그날밤 전 주인의 전화가 왔다. 나는 받자마자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지만 그동안 쌓인 내 마음의 울분은 토해 내야 살 것 같았다. 

"사장님 너무 하시네요"

"저에게 말도 없이 그러시면 안 되죠"

"상도를 밥 말아 드셨나"

더한 말도 하고 싶었으나, 막상 닥치고 보니 할 말은 없었다.

그런 나의 분노를 전주인은 예상하였다. 그는 오히려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어"

"내 사정을 이해해 주게"

"그런데 물어볼 말이 있는데, 권리금은 뭔가?"

권리금?  1년도 안된것은 그세 까먹다니... 아니면 시치미를 떼고 있는건가?

나는 그의 말에 화가났다. 그리고는 이성의 경계가 무너진 순간 

"이런... ㅆ"

휴대폰 너머로 그에게 보냈다.

그리고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 이봐요, 계약서에 쓰여있잖아요?"

"계약서 안 보세요?"

"그리고 통장 입금 내역 확인해 보시면 될 거 아닙니까?"

내 말을 들은 그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확인해 보겠노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분명이 알고있었다. 그런데도 나를 한번 떠볼 심사였을 것이다. 아직 어리고 사회 초년생이었을테니 말이다. 


며칠 뒤 이제는 건물주가 된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여전히 내가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주여를 찾도록 도움을 주는 말투로 말했다.

"전 주인과 합의 봤어요"

"내가 권리금 들일테니 언제 나가실 건가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계약기간은 2년이라고 말했다.

그런 나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뜻이 같이 동석한 부동산 사장과 눈을 맞추더니 말했다.

"이사비용 200만 원 드릴게요"

"그럼 됐죠?"

그녀는 나의 의견은 무시한 채로 빨리 나가라는 표정으로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무엇이 됐다는 건지, 도통 그녀의 잡스러운 말이 이해할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칫 이성을 잃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두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일단 생각해 보죠"

"연락처 남겨주세요"

"그리고 장사 방해되니, 불쑥 불쑥 찾아오지 마시고요"


마지막말은 나지막한 마음의 소리로 말했다.

"예의 없는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그것을 들었을까? 

"만약 지금 안 나가시면 권리금도 없어요"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최후의 통첩을 날리고 매장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날밤 나는 그녀가 제시한 조건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조건이라고 해야 이사비용을 받는 것이 전부였지만, 1년 동안 나에게 가해질 그녀의 분탕질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무엇이 이득일지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고 한 달 반뒤에 매장을 비워주기로 하였다. 때마침 30M 거리에 위치한 지금의 매장이 나온 것도 비워줄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나는 새로운 매장에 다시 시작을 준비하였다.


내가 나간 그 자리에 뜨개방이 들어왔다. 물론 건물주인 그녀가 운영한다기에 내가 비워준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운영하는 뜨개방은 정작 명의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월세를 높였다. 1년 후 그녀는 5억 5천에 매입한 건물을 다른사람에게 7억5천에 팔았다. 그녀는 1년만에 시세차익을 2억을 남겼던것이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떠난 주위의 건물은 일제히 상승하였다. 그에 따라 임대료도 같이 상승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 주위에 있던 많은 자영업을 하는 임차인이 피해를 보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를 소개시켜준 부동산도 그녀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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