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휴일 아침,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갔다 온 사이, 내 얼굴에 있는 모든 감각이 얼어붙었다.
“춥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고객이었다.
“여보세요, 거기 열쇠 전문점이죠?”
“네, 그런데요.”
“어제 설치한 사람인데요… 현관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이상한 소리?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관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말은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제’ 설치했다는 타이밍까지 완벽했다.
이건 분명 나와 연결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현관문에서요? 어떤 소리인지…?”
“직접 들어보세요.”
그녀는 핸드폰을 문 쪽으로 가져간 듯했지만, 나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묻고 또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있었고, 불안은 말보다 빠르게 전염된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혹시 디지털 도어록에서 나는 소리일까요?”
“아뇨, 반대쪽이요. 문이 ‘끼익~’ 하고 심하게 울려요.”
순간 머릿속엔 한 장면이 그려졌다.
문이 아래로 살짝 주저앉아, 금속 틀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풍경.
가끔 오래된 아파트에선 흔한 일이었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을 건넸다.
“그건 제가 작업한 도어록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문 자체의 문제 같아요.”
하지만 그녀는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그게요, 기사님이 문을 두드린 걸 제 남편이 봤거든요. 그 이후부터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확신에 차 있었고, 나는 구차한 해명 대신 짧게 결론을 내렸다.
“제가 월요일 오전 10시에 직접 가보겠습니다.”
그제야 그녀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23년 동안 열쇠 일을 하면서, 나는 배웠다.
억울한 일을 피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억울해도 한 번 가보는 것이다.
상대는 모른다. 나는 알지만.
해명보단 현장이, 전화보단 눈맞춤이, 때로는 더 큰 신뢰를 만든다.
월요일 아침, 약속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고객의 집 앞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가 바로 보였다.
팔짱을 낀 채 반쯤 열린 문가에 서 있었다.
말없이 보내는 그 시선은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자세였다.
“자, 들어보세요.”
인사도 생략된 채, 그녀는 곧장 소리를 들려주었다.
정말이었다.
문이 닫힐 때 ‘끼익’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마치 고장 난 마음이 삐걱이는 소리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히 살폈다.
문 아래에는 철이 맞물려 생긴 광택 자국이 부채꼴 모양으로 선명했다.
그건 단순한 사용으로 생긴 마모가 아니었다.
문 자체가 아래로 주저앉아 금속끼리 마찰을 일으킨 흔적이었다.
나는 아래를 가리키며 조심스레 말했다.
“보이시죠? 문이 내려앉아서 생긴 문제예요. 도어록이랑은 무관해요.”
그제야 그녀의 얼굴엔 미묘한 난감함이 번졌다.
나는 가져온 윤활제를 마모된 부분에 뿌리고, 이음새에도 살짝 발랐다.
그리고 문을 다시 열고 닫자, 거짓말처럼 소리가 사라졌다.
“와… 소리 안 나네요. 이거 뿌리면 되는 거예요?”
그녀가 묻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임시방편이에요. 문이 더 내려앉으면 또 날 수 있어요. 그땐 문 자체 수리를 하셔야 해요.”
그제야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수긍했다.
나는 분위기를 풀 겸, 살짝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화장실 문 두드린다고 안방 문이 고장 나진 않잖아요.”
그녀가 웃었다.
그 순간, 나는 문이 아니라 마음 하나를 열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집의 현관문은 두 짝이었다.
나는 그중 좁은 쪽 문에서 작업을 했다.
고객은 그걸 ‘주작업’으로 받아들였고, 거기서 시작된 모든 변화가 나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집은 입주청소 중이었다.
현관문에서 나는 소리는, 분명 인테리어나 청소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입주 당일, 오랜만에 집 안이 고요해진 그 순간.
운 좋게, 아니 운 나쁘게, 그녀는 그 ‘끼익’ 소리를 처음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필, 그 전날 내가 다녀갔던 것이다.
사실 문에서 나는 ‘끼익’ 소리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소리에 고객의 마음이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불안을 가만히 듣고, 직접 만나서 문제를 확인하고,
내가 아는 한 최선을 다해 설명해 드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문도, 고객 마음도 함께 부드럽게 열릴 수 있었다.
자영업을 하다 보면, 내 잘못이 아닐 때도 책임을 지고,
내가 한 게 없는데도 문제의 중심에 서야 하는 순간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우연이 빛어낸 오해는 고객과 내가 아는 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는 것을.
그 간극을 메우는 건 말보다 행동이고, 말보다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문제가 된 건 삐걱대는 문이었지만,
정작 닫혀 있던 건 고객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두드리고, 잠시라도 열 수 있었다면—
그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의 진짜 본질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