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원시원 Jan 31. 2024

내가 정할 수 없는 나의 가치

자영업자 생존기

자영업자의 위기는 내가 정할 수 없는 나의 가치가 되었을 때 온다. 이는 경제가 어려워 고객이 쓸 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있다. 그래서 가격에 민감한 고객이 많아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에게 나의 가치를 무작정 고수하기란 어렵다. 이때 나는 나의 가치를 스스스 책정하려 하지만 고객의 외면이 잦을수록 나의 가치는 흔들린다. 물가상승으로 나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쓸 돈이 적어진 고객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내가 자주 가던 김치찌개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나는 1만 원이라는 김치찌개의 값에 조금 부담스러웠으나, 맛이 좋아 그 김치찌개의 값에 수긍을 했더랬다. 나만 그렇게 생각해서였을까? 점심 피크 타임에도 한두 팀 있을 뿐이었다. 나와는 반대로 1만 원이라는 김치찌개의 가격에 고객들은 부담스러워한 것이었다. 이에 음식점 사장은 결국 자신의 가치를 내려놓았고, 얼마 전부터 김치찌개의 가격이 8천 원으로 인하하였다.


나의 가치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내가 정한 가치는 고객의 외면이 잦을수록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당연히 싸고 좋은 것을 찾게 되는 것이 고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 또한 나의 직업 외 다른 것들은 고객이 아니 니던가? 그래서 전화 문의만 하는 고객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 역시 고객의 당연한 권리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위기가 이미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나는 고객의 입장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나의 가치의 하락은 이미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적자인 달이 두 달이나 되었는데, 이것은 내가 열쇠업을 23년을 운영하는 동안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내 직업은 남들보다 경기를 잘 타지 않는 직업이라 생각했던 나는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도 정부의 대출 정책으로 인해 일시적 회복기를 얻게 되었다. 그 때문에 빠르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큰 위기가 빠르게 찾아왔다.


가치의 위기는 작년 11월이 되면서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작년 12월이 지나, 올해 1월에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가격 문의와 비교가 많아졌고, 내가 정한 나의 가치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신념이라고 생각한 나의 가치에 의심이 일어났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내가 고객에 선택을 받으려면 고객이 정한 가치를 따라야 하는 건 아닐까?


얼마 전 매장에 놀러 온 동종업계 친구에게 말했다.

"얼마 남지 않더라도 가야 하는 거니?"

그러자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조건 가야지!"

"지금 같은 시기에 우리가 이것저것 따질 때는 아니지"

"그리고 매장에서 놀면 뭐 하냐?"

"그래, 단돈 1만 원이라도 벌 수만 있다면, 일하는 게 맞는 거겠지"


 그리고 조금 전 매장에 찾은 고객에게 나는 나의 가치를 외면하고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 가치의 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