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아침 7시 30분.
휴일처럼 느껴질 만큼 조용했던 아침,
이른 시각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무언가 급한 사연이 담긴 듯했다.
“문이 안 열려요… 열어주실 수 있나요?”
운동을 쉬기로 한 날이었고, 조금 일찍 출근해 있었던 나는
큰 망설임 없이 주소를 입력하고 길을 나섰다.
도착하기 직전,
칼국수집 앞에 서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바로 전화의 주인공이었다.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겨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매장 문 하단의 열쇠를 가리켰다.
나는 익숙한 손길로 문을 열었고, 그녀는 불을 켜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내게 물었다.
“얼마예요?”
“3만 원입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했다.
“너무 비싸요… 금방 여셨잖아요.”
그 말에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쉽게 열었으니 싸야 한다?’
익숙한 말, 그러나 들을 때마다 낯설게 다가오는 논리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럼 어렵고 느리게 열어드렸어야 했을까요?”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그건 아닌데요… 만 원만 받으시면 안 될까요?”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정말로 이걸 흥정이라 생각하시는 걸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건 기본 출장비입니다.
말 그대로, 가장 적게 받는 금액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설득되지 않았다.
이제는 비교를 들이밀었다.
“얼마 전엔 만 원에 열어줬거든요.”
“사장님은 너무 비싸네요.”
급기야 스스로 가격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2만 원만 받으세요.”
나는 그녀 머리 위 간판을 바라보았다.
‘칼국수 11,000원’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말했다.
“사장님,
만원에 열어주던 곳이 마음에 드셨다면 그쪽에 전화하셨어야죠.
이른 아침에 10분 만에 달려와 사장님의 문제를 해결해 드렸잖아요."
"저도 며칠 전 칼국수를 먹었는데 8,000원이었어요.
제가 사장님 가게에 가서 ‘비싸다’며 8,000원만 드린다면
사장님은 괜찮으시겠어요?"
"사장님의 칼국수 가격이 ‘정가’이듯,
제 출장비도 ‘정가’입니다.”
그제야 그녀는 지갑을 열었다.
만원 두 장, 그리고 천 원짜리 몇 장.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게 다예요.”
“그러니까 이 선 안에서 결정해 주세요."
나는 차에 있는 카드 단말기를 꺼내올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은 피곤했고, 시간은 지쳐 있었다.
“사장님, 제 가격은 사장님이 정하시는 게 아닙니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2만 원을 받고 매장을 나왔다.
그날 아침, 나는 깨달았다.
그녀의 눈에 나는 단지 ‘업자를 부른 고객 응대 대상’ 일뿐이었다.
그녀에게 나는 단 한 번도 ‘손님’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그곳에 몇 번이고 들러 칼국수를 먹었고,
조금 비싸다 싶으면서도 맛있어서 단골이 되어보려던 사람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다.
“저도 당신의 손님이었습니다.”
"당신의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위로받았던 평범한 손님이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입 끝까지 맴돌았지만,
결국 나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그 가게에 갈 일 없을 테니까.
우리는 누군가의 기술을
시간으로만, 결과로만 계산하려 한다.
‘금방 끝냈잖아요’라는 말 뒤에는
그 속에 든 노력과 세월을 보지 못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하지만 쉽게 해낸다는 건,
그만큼 오래 해왔다는 뜻이다.
많이 해봐야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빠르고 정확해진다.
그 모든 시간의 쌓임은
흥정이 아닌 존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나도 손님이었고,
그녀도 손님을 받는 사람이다.
서로가 고객이라면,
서로의 노고에 값 대신 마음을 더해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