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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Aug 20. 2024

가격이 붙은 커피가 주는 서비스는 다르다

자영업자 생존기

열쇠 매장에 카페를 만든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내 매장을 찾아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매장을 찾은 손님의 99.9%는 열쇠 손님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들어왔다. 나는 24년 동안 만든 매뉴얼대로 고객을 대했다. 이것저것 설명을 하다가 고객에게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객은 "아니요, 괜찮습니다"  사실 이런 대답은 3년 동안 찾은 고객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별로 새삼스러울 것 같은 대답이 내 머릿속에 한줄기 선명한 밝은 선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영감이라는 건가?  


나는 생각했다. 왜 고객들이 내 커피를 거부할까? 나는 이 물음에 나의 경험을 덧붙였다. 내가 다른 매장에서 서비스로 주는 커피의 맛은?  대부분은 믹스 커피를 준다. 요즘 들어 원두커피를 주는 매장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커피의  퀄리티는 사 먹는 커피보다 못했다. 사실 맛없다. 공짜라 먹는 거지 돈 주고는 사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내가 주는 커피도 다른 매장에서 주는 싸구려 커피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열쇠 매장에서 주는 커피가 오죽하겠는가? 내가 아무리 비싼 원두를 쓰고 맛있는 커피라도 먼저 달라고 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고객들에게 "여기 커피 맛있어요, 제가 먹을 거라 원두를 비싼 거 쓰거든요" 라며 강요를 했다. 그러면 고객들은 마지못해  "그럼 한잔 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먹어본 고객들 대부분은 커피가 맛있다며 칭찬을 했다. 흔한 말로 엎드려 절 받기 식이었다.


평소와 같은 어느 날 그리고 늘 듣던 고객말에 나는 메뉴판을 만들고 가격을 붙였다. 이제 나의 커피는 한잔에 3000원 하는 커피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3000원 하는 커피는 공짜로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테이블 하나하나에 메뉴판을 놓아두었다. 


그러자 고객들의 반응은 확실했다. 찾아오는 고객들은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보고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을 타이밍에 나는 "커피 한잔 드릴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고객들은 "정말요?" "주시면 잘 마실게요"라고 말했다. 평소에 고객들의 반응이었다. 그저 가격 하나 붙였을 뿐인데 말이다.


만약 커피 매장에서 공짜로 드릴 테니 마실래요?라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은 먹을 것이다. 이처럼 매장에서 주는 같은 공짜도 가격이 붙은 공짜는 틀리다. 게다가 내 매장은 열쇠매장이지만 카페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가격을 붙여놓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공짜라도 전문점 커피보다 맛있어야 할 것...

(커피를 맛보고 한 고객이 자기랑 일해보지 않겠냐는 말도 들었었다.)


나는 가격표 덕분인지 고객과 거리가 줄어들었고, 거래 확률도 높아졌다. 가격표는 나에게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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