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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꾸는 하루살이다

나는 자영업자입니다

by 시원시원

나는 하루살이다.

아침에 태어나, 그날 새벽에 죽는다.
단 하루를 살지만, 그 하루가 전부인 삶을 살아간다.


매일 아침, 나는 빛을 찾아 떠돈다.
진짜 빛인지 가짜 빛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저 눈앞에 있는 빛을 향해 날갯짓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고,
나는 눈부신 전등 빛에 이끌려 달려든다.
숨 가쁘게, 의미도 모른 채 그렇게 살아낸다.


그런데 문득, 어느 날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멈췄다.
내가 움직이기를 멈추자, 세상이 나를 데리고 갔다.
바람이 내 몸을 들어 올렸고
나는 생각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올랐다.


아래를 보니, 여전히 수많은 하루살이들이

전등 빛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내가 익숙했던,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 빛.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지금껏 본 적 없는 거대한 빛이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빛을 바라보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려온 듯한 빛.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처럼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바람이 멈추자, 나도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더 오래 살았다.
평소보다 더 높이 날았다.
내가 바람을 만난 하루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맹목적으로 날갯짓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면, 잠시 멈춘다.
그리고 기다린다.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를.
그 바람이 내 삶을 또 한 번 들어 올려줄 것을 알기에.


나는 하루살이다.
아침에 태어나, 그날 새벽에 죽는
그러나 오늘도 꿈을 꾸는 하루살이다.


꿈은 오래 살아야만 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순간에도, 하루에도, 날갯짓 하나에도 꿈은 깃든다.
나는 내 인생이 단 하루뿐일지라도
그 하루가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하루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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