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자입니다
6월의 새벽은 생각보다 밝다.
알람보다 먼저 창밖 빛이 나를 깨운다.
그래도 몸은 쉽게 말을 듣지 않는다.
‘5분만 더…’
이 몹쓸 게으름의 유혹과 매일 아침 한 판 전쟁을 치른다.
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다행히 5분 만에 나 자신과의 싸움은 끝났고,
나는 평화롭게 일상의 루틴을 시작했다.
매장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나의 애정등 ‘보름달’을 켰다.
커피머신 버튼을 누르고, 기계가 예열되는 짧은 시간에 청소를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바닥 타일을 어두운 색으로 바꾼 후로는
청소가 수월해져서 기분도 괜찮았다.
그런데 평온한 아침 공기를 흔드는 낯선 손님이 하나 있었다.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 하나가
‘슥’ 하고 매장 문틈 사이로 들어오더니
눈 깜짝할 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뛰… 뛰… 뛰… 뛰…"
매장 전체가 울음소리에 잠식당했다.
귀뚜라미였다.
그 조그만 몸뚱이가 내 공간 한복판을 점령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커피 향 맡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멍 때릴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녀석의 울음소리는 끊임없고, 예의도 없고,
무엇보다 너무… 반복적이었다.
나는 귀뚜라미가 있을 법한 방향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울음이 멎었다.
살짝 희망을 품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치워봤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화를 끌어올린 나는 결국 에프킬라를 찾기 시작했다.
"한 방에 끝내주마..."
이게 뭐라고, 무슨 멸망전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그 에프킬라조차 숨어버린 듯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찾은 건,
뒤엉킨 매장과 씁쓸한 한숨뿐이었다.
그때
"뛰이이이이이이~~~~"
다시 시작된 귀뚜라미의 울음.
이제는 좀… 당당해 보이기까지 했다.
진심으로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 게 아니라,
이 녀석이 자기 무대를 만든 것 같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젯밤,
산에서 들려오던 귀뚜라미 소리는 나쁘지 않았다.
그 울음은 자연의 리듬 같았고, 자장가 같았다.
단지 오늘 아침,
그것이 내 공간 안에서 재생되었다는 이유로
소음이 되어버린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무대 조명을 켜주자.
유튜브를 켰다.
가요, 클래식, 피아노…
다 틀어봤지만
그 녀석은 웬만한 음악을 다 이겨냈다.
그러다 재즈를 틀자—
찰떡같았다.
귀뚜라미의 울음이 드럼처럼 들렸다.
매장 안은 어느새
재즈 클럽 같았다.
나는 볼륨을 조절해가며
그 녀석의 ‘울음 비트’와 음악의 리듬을 조화시켰다.
귀뚜라미와 재즈의 협연.
조금 어긋나지만… 꽤 그럴듯한 콜라보.
그렇게 나는
귀뚜라미를 죽이는 대신,
무대 위로 올려주었다.
어쩌면 이 녀석도
이 새벽에 어디 들어갈 데 없어
우연히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침,
우리 둘이 나눠 써도 되지 않을까.
한쪽에선 커피 향이 퍼지고,
다른 한쪽에선 리듬 타는 울음이 흐르고,
그 위를 감싸는 재즈.
6월의 아침, 귀뚜라미의 재즈적 반란.
그건 꽤 그럴싸한 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