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케팅

by 시원시원



우리의 속고 속이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고 속인다의 뜻이 언뜻 부정의 의미 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속고 속인다의 의미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처세술입니다.

다른 말로는 마케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단정한 옷을 입은 여자 손님이 매장에 방문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매장 문을 열며 인사를 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동안 매장 안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유심히 보던 그녀가 말합니다.

"이 제품은 가격이 얼마인가요?"

"30만 원입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던 그녀는 1차 공격을 저에게 날립니다.

"너무 비싸네요 조금만 깎아주세요"

항상 듣던 말이라서 저는 가뿐히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이 가격도 싸게 해 드리는 겁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좀 더 묵직한 2차 공격을 했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 깎아줘 봐요"

"물건은 깎는 맛에 사는 거지"

하지만 저도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무려 20년 동안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그녀의 2차 공격 역시 가뿐히 막아냈습니다.

"남는 게 없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 힘든 거 아시잖아요"

"저도 많이 힘들어요"

저는 2차 방어를 하는 동시에 코로나로 나름 공격을 날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묵직한 3차 공격을 했습니다.

"에이 , 남는 게 없다는 건 다 거짓말인 거 다 아는데"

"그래도 좀 깎아줘 봐요"

"그래야 사지 안 그러면 나 그냥 갈 거야"

그녀의 3차 공격은 반은 협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비스로 작은 한 개를 내어주었습니다.

저의 필살기입니다. 거의 대부분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깎지 마시고 제가 서비스로 이거 해드릴게요"

"시중에서 4만 원 하는 겁니다"

그녀의 눈썹이 살짝 위로 움직였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신 그녀가 아주 큰 거 한방을 날렸습니다.

"그래도 깎아줘요"

"나 부녀회장인데 소개 많이 시켜드릴게"

"참 이번에 우리 아파트에 리모델링 많이 하던데..."

"여기 소개해 드릴게"

"좀 깎아줘요"

순간 나의 머릿속은 온통 '부녀회장, 소개, 아파트, 부녀회장, 소개, 아파트' 가득 찼습니다.

결국 저는 부녀회장과 소개라는 그녀의 마케팅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녀는 흡족한지 웃으며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조금 전 말한 서비스 물건도 해주시는 거죠"

저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녀가 가고 나자 현타가 왔습니다.

솔직히 그녀가 말한 부녀회장, 소개는 제가 자주 듣는 말이었습니다.

100명이 소개해 준다고 하면 그중 한두 명만 소개를 해줍니다.

그런데도 저는 왜 그녀의 마케팅에 무너졌을까요?

100명 중 한두 명이 소개를 해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녀의 말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믿게 되었습니다.

그녀 역시 자신의 마케팅에 성공을 했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녀가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누구나 다 그런 결과를 얻는 건 아닙니다.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도 자신의 말투와 행동에 따라 결과를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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