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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nthia Feb 03. 2019

PJT명-극도의 실용주의자 되기 5. 전자제품편

ㅇㅏ 특히 전자제품 편은 정말정말 재밌게 쓸거 같다. 전자제품 최고야 짱이야

돈 투자할 가치가 아주 충분한 영역이다.


1. 카메라

얼마 전 소니 a7m3을 장만했다. 원래는 한단계 밑 중급기 a6500를 사려 했는데, 이왕 사는거 백만원 더 얹어서 하이엔드로 사고 싶어서 과감하게 질렀다.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앞으로 사진 찍으면서 다닐 일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2014년에 산 NX MINI도 5년 넘게 썼으니까. 이제 예전 카메라는 서브용으로 쓰고 a7m3를 메인으로 쓰면서 내가 담고 싶은 것들을 마구마구 찍어낼 것이다. 광학기술이 발전함따라 더 좋은 사진을 더 가벼운 기기를 통해 찍을 수 있는 효용가치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마 10여년 정도는 이 카메라를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싼 카메라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일이 있다. 2016년에 부산모터쇼를 갔었다. 처음 가보는 터라 어떤 분위기인지도 모르고 그냥 자그마한 미러리스를 덜렁 들고 갔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 여성 모델들의 옷도 세련되고 단정한 분위기로 바뀌어 아 요즘은 분위기 많이 좋아졌네^^이러면서 돌아다녔다.

여성 모델들은 주변에 남성 포토그래퍼들이 많아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고, 남성 모델들은 정말 일없이 가만히 서있는게 다였다. 사진을 찍으면 인사를 하는게 풍습인지 인사를 꾸벅 해주길래 나도 인사를 했다. 사진 찍어주는 사람에게 일일이 포즈를 맞춰주고 인사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 반면에 여성 모델들은 여기저기에 포진된 렌즈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포즈를 바꿔가며 인사는 커녕 쉴틈 한번 없이 계속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거기서 아우디 슈퍼카를 봤었는데 나도 나중에 저런 차 사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가 나중에 그게 3억 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3억짜리 집도 없는데 3억짜리 차라니. 내생애 살 일이 있을까 하면서도 사실 아직까지 마음한켠에 그 차에 대한 맘은 여전히 남아있다.

1층을 한바퀴 싹 돌고 3층으로 갔는데 거기는 약간 무슨 소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층이 승용차 위주였다면 3층은 캠핑카와 상용차 그리고 바이크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모 바이크 브랜드의 제품 앞에는 캣수트를 입은 여성 모델분이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며 야릇한 눈빛으로 포토그래퍼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대포들이 쉴새없이 플래쉬를 터트리면서 모델의 모든 표정과 포즈를 찍으려는 열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 분위기는 얼마전 논란이 된 촬영건이 이런 분위기였을까 연상이 될 정도로 참혹했다. 여성으로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몸에 털이 다 솟고 내가 다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모터쇼야 워낙에 공개된 곳이고 모델과 사전에 모든 것이 협의되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성 포토그래퍼들이 거기에 몰려가서 마구 사진을 찍어내던 그 장면만큼은 아마 죽을때까지 잊을수가 없을 것 같다.

캠핑카 쪽도 한숨나오는 건 비슷했다. 아니 세상에 어느 누가 캠핑을 가면서 핫팬츠와 오프숄더를 입겠는가? 그랬다가는 모기를 비롯한 벌레들에게 온몸이 뜯겨버릴텐데. 차를 파는것인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파는지 구분이 안 되는 분위기에 머리가 아파왔다.

1층에는 가볍게 나처럼 구경온 여성관객들도 많이 보였으나 3층으로 가자 여성관객은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승용차는 여성들도 많이 구매하기에 여성타겟의 승용차도 많이 나오는 추세지만, 상용차나 캠핑카 바이크 등 브랜드에서는 확실히 남성 타깃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한때 자동차회사 입사를 준비할 때도 공대생들 사이에서 거의 자소서 첨삭기가 되었던 일을 떠올려보면, 대략적으로나마 왜 그런지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적성 검사를 받을 때에도 모 대학 강당에서 100여명과 함께 시험을 봤었는데 그 중에 여성응시자 비율은 10프로도 채 안되었다. 응시를 10프로만 한게 아니고 서류전형에서 무수히 많은 여성을 탈락시킨 결과겠지. 이 이야기도 언젠간 풀어봐야겠다.

모터쇼에서 남성은 사진을 찍는 자, 여성은 사진을 찍히는 자 라는 구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여성은 피사체로서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는 도구였다. 결혼식장 같은 데 가서도 사진 찍을때만큼은 사진기사의 오더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지 않는가? 사진기를 들고 내가 원하는 대로 피사체를 조절하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권력인지 그날의 일을 통해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카메라 이야기하다가 급 자동차로 넘어왔는데 아직 차도 없고 결국 면접에서 떨어져 지금은 자동차회사 직원도 아니지만 어쨌든 모터쇼에서만 해도 단적으로 피사체와 포토그래퍼 권력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봤기에 나도 언젠가는 좋은 카메라를 사서 내가 담고 싶은 것을 찍겠다는 결심을 그 때부터 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작은 손에 딱 맞는 가볍고 핸디한 사이즈의 똑딱이를 살 생각밖에 못했었다. DSLR은 너무 무겁고 비싸기 때문에 살 생각을 못했었다. 친구가 DSLR을 샀다가 들고다니기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결국 중고처분했다는 걸 듣고는 더 겁이 났다.

'여성타깃'의 카메라를 조금 보다 보면 네일아트나 음식 등 가까운 물체를 접사로 찍기에 좋고 한손에 꼭 들어와 들고 다니기도 편한 사이즈였다. 모든 컨트롤이 한손으로도 가능할 정도이다. 나름대로 카메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다. 아예 'vlog용 카메라'라고 마케팅하는 제품이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신체적 한계가 분명한 입장에서 그런 카메라를 사면 편하기야 엄청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찍고 싶은 장면들은 그런게 아니었다. 카메라로 신변잡기를 찍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담고 싶었다.

광학기술이 계속 발전한 덕에 미러리스로 DSLR 급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여행도 자주 가고 어릴 때부터 사진에 워낙 관심이 많았으니 비싼 거 하나 살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서 전문가도 아니지만 저런걸 왜사지 싶을 정도의 가격대 제품을 과감히 질러보았다.

친구도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서 2월 내로 그 친구와 함께 가까운 곳으로 출사를 나가기로 했다. 나는 차가 없고 친구는 차가 있기 때문에 아마 친구 차를 타고 갈거 같은데 기름값이라도 대줘야겠다.

이 카메라로 세상을 담아낼 꿈을 꾸고 있다.


2. 노트북

3년 전에 개발 공부하겠다고 샀는데 이 컴퓨터로 정작 개발은 몇번 안해보고 결국 그냥 메인 PC로 쓰고 있다. 데스크탑은 os가 날아가는 바람에 못씀. 전자제품 살 때는 돈 투자해서 제일 좋은 사양으로 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시나 15인치/SSD 512GB/8GB 메모리 제품을 사서 쓰고 있는데 노트북치고는 꽤 괜찮은 성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최근에 돌아다니면서 글 쓸 일이 많아져 노트북을 계속 들고다녔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다. 다음에 노트북을 산다면 13인치를 살 것이다. 15인치는 영화 볼 때는 시원해서 좋긴 한데 들고 다니기에는 들어가는 가방도 잘 없고 거북이 등껍질 메고 다니는 기분이다.


3. 아이패드

이것도 정말 잘 샀다. 아이패드 병을 거의 5년간 앓다가 산건데 이 지경이 되도록 안 산 이유가 분명히 장난감으로 쓸 것이기 때문에였다. 그러나 이제는 돌아다니면서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대신하여 들고다닐 가벼운 사이즈의 서브 기기가 필요했다.

노트북만큼의 성능은 안되지만 이걸로 나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글도 쓸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다. ios에서만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어플리케이션이 아이패드 용으로 설정이 불가한 경우 깨지기도 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통신이 되지 않긴하지만, 커다란 화면이 있으니 아웃풋 위주의 핸드폰보다는 확실히 쓰임새가 있다. 놀랍게도 garage band라는 앱으로 음악 제작도 되는거 같아 시험삼아 보컬 녹음도 해봤는데 은근히 깔끔하게 되길래 조금은 놀라버린...? 작사작곡 능력치가 없어서 아직까지는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들을 노래가 없어서 한탄하다가 그냥 내가 작사작곡을 배우는 게 낫겠다 싶어서 조만간 이쪽도 건드려 볼 예정이다. 그러면서 더 활발하고 유용하게 쓸듯.


4. 음향기기

이거는 정말 돈 투자에 비례하여 효과가 너무 커서 돈을 안 쓸수가 없다. 청각이 엄청 예민한 편이라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거슬려서 버스나 비행기 같은 곳에서 절대 잠을 못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면세점에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샀는데 커널형을 오래 쓰다보니 귀에 염증이 생겨서 헤드셋을 장만했다. 헤드셋은 배터리 용량도 크고 귀에 염증도 생기지 않아 좋지만 날이 더워지면 좀 차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 이어폰과 병행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하여튼 예민해빠진 귀같으니라고. 돈 투자한 것 중 역대급으로 사용성 넘치는 품목으로 잘쓰고있다. 음향기기는 정말 후퇴가 불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거만 사지 안좋은 것은 못살거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 전자책(크레마/오아시스)

크레마는 3년전에 샀다가 작년에 액정 깨먹어서 못쓰는 중이라 휴대폰과 아이패드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자책은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 물론 책이라는 물성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이 없어서 좀 아쉽지만 2년마다 이사다녀야 하는 세입자 신세의 다독자로서 모든 책을 실물로 살 수 없다. 전자책과 실물책의 옵션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전자책을 고르는 편이고 컴퓨터 서적 등 공부를 위한 책은 실물 책을 산다.

그리고 작년에 미국 간 김에 킨틀 오아시스를 구매했다. 땡스기빙 시즌이라 다른 라인은 다 할인들어갔는데 오아시스는 할인안함 악독한놈들...그치만 매우 맘에 드는게 크레마보다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월등히 좋다. 화면넘김 등 무브먼트에서 버벅거리는 거 거의 없고 잔상도 없다. 그리고 원서를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게 아주 맘에 든다. 이때 배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판 번역본은 어쩐지 제목도 표지도 사기싫게 만드는데다 번역가의 태만이라든지 출판사 문제라든지 번역본을 읽기 싫게 만드는 요인들이 꼭 있었다. 그래서 이럴 바에는 그냥 원서를 사서 읽자, 하는 맘이 들때가 많았다. 그래서 시원하게 질렀다. 이걸 켜면 영어로 된 또 다른 세상이 이 작은 화면에서 펼쳐지는 느낌이다. 한국에 가져온 그 순간부터 AS는 아예불가하지만, AS가 필요없을 정도로 훌륭한 퀄인데다, 고장나면 뭐 하나새로사지 싶어서 잘 쓰고있다. 좀 다른 얘긴데 미국에서 아마존샵 가니까 현금을 아예 안받고 무조건 크레딧카드만을 받고 그냥 평범한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일정금액 이하는 카드로만 결제되고??캐쉬리스 컬쳐가 생각보다 흔해서 좀 놀랐다. 얘내도 수수료문제 등 금융 관련 이슈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어떤 품목보다 돈을 많이 투자했고 효능을 체감했기에, 돈값을 톡톡히 해내는 영역이라 앞으로도 돈을 많이 투자하게 될 것 같다. 아이패드나 핸드폰처럼 멀티용도로 쓰는 제품 외에 전자책이나 카메라처럼 특정 기능에 특화된 제품들의 경우 현생때문에 자주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영역에서 독보적인 고기능을 보장해주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유일한 단점은 후퇴가 없다는 것. 한번 써봤다가 없어보면 아쉬워서 없이는 못살 것 같다. 결론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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