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의 미래> & <뭘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싫어>
정말 오랫동안 안 해왔던 소비자의 소비생활 관련 글이자 책에 대한 이야기.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마케터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그 매커니즘에 능통해야 한다. 이를 더 잘 알고자 두 권의 책을 선택했다.
소비자학을 공부하던 시절 배웠던 다음과 같은 키워드. '소비자 경험'을 어떻게 구성하고 설계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소비자가 지불한 것 이상으로 재화와 서비스에 '가치'를 느끼고 구매하도록 유도할까. 이 두가지 키워드로, 마케터의 시각이라기보다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구매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눈으로 이 두 책을 바라보니, 흥미있는 지점들이 많이 다가왔다.
불과 5~6년 전 대학에서 배웠던 개념들조차 점점 무력화되고 있다. 불과 10년여의 시간에 세상을 지배하게 된 스마트폰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말이다. 대학 시절에 배운 개념과는 또 다른 새로운 개념들이 소비자학의 세계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혁신적인 물류 매커니즘이다.
한국의 사례는 정말 혁신의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사례에서는 광활한 영토, 비교적 적거나 없는 규제, 국가적인 기술력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신기한 제품과 서비스들을 엿볼 수 있었다.
<뭘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싫어>에서는 미래 사회에서 외식 업종 및 리테일 업종에서 분화될 두가지의 방향성을 명징히 제시해주고 있다. 소비자의 경험을 정말 특별하고 세심하게 설계하거나, 아니면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하거나.
전자는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는 먹거리 혹은 공간에 대한 변주, 그리고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극단의 섬세한 감성 마케팅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이라면, 후자는 기술력으로 물류비용을 대폭 감소 그리고 자동화를 통해 사람이 관여하지 않아도 사업을 운영하는 매커니즘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론이다.
<리테일의 미래>에서는 좀 더 학술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한다. 특히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시는 저자분이 직접 경험한 아마존/트레이더스 조 등의 사례를 통해 미국 리테일 시장의 변화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책의 흐름은 이러한 실제 사례에서 접할 수 있는 변화의 징후들로 시작, 10가지로 정리된 리테일 테크의 핵심 키워드, 변화로 인한 기업의 생존전략 손이다.
아마존이 생각보다 많은 분야를 잠식하고 있으며, 도래한 '아마존의 시대'에서 기존의 소매점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고객 경험을 리모델링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두 책에서 공통으로 나온 예시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허마센셩'이다. 무섭기까지 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배달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은 거의 없다. 배달 로봇에게 물건이 담긴 장바구니를 전달하는 일인데, 곧 이마저도 로봇으로 대체될 것 같다. 식당 내에서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것도, 그릇을 수거하는 것도 오롯이 로봇의 몫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집어와 쇼핑하는 과정도 없다. 심지어 구매하고자 하는 싱싱한 해산물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그게 집으로 배달이 된다. 중간 과정들을 다 생략해 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 과학의 날에 그리던 미래 사회가 허마센셩에서 이미 구현되어있는 듯하다.
두 책 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으나, 덮고 나니 맘이 편치만은 않았다. 과연 이 변화 속에서 소비자로서 어떻게 해야 내 구매력과 의지를 잠식당하지 않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자동 결제 및 배송 시스템이었다. 이제는 내가 직접 구매를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휴지나 세제 등이 배달된다니. 소름끼치기까지 한다. 적어도 '구매결정'은 나의 주체적인 결정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그것도 아니었다. '이때쯤이면 이 고객이 이 물품을 필요로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자동으로 결제까지 하고 집앞에 배달까지 해주다니. 소비자보다 먼저 가정 내 재고 상황을 생각할 정도로 소비자를 너무 잘 알게 된 것 아닌가?싶었다. 이는 빅데이터와 AI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패턴을 읽어내는 기술력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AR과 VR의 발전도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가구나 의류,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라 한다. '견물생심'이라는 옛말을 되새기며, 이러한 기술력으로 자꾸자꾸 새것을 추구하고 싶어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현혹시킬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구매를 더 하게 되는 경향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가장 공포스러운 현상은 챗봇이나 자동 물류 시스템으로 과연 몇명이나 일자리를 잃게될 것인가, 하는 지점이었다. 기술의 흐름은 기업도, 소비자도 반드시 따르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극도로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니까. 그런게 이 부분으로 자꾸자꾸 가다보면 현재 해당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주 큰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일이다.
몇달 전에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무인 커피가게가 생겼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몇 번 사먹다가, 이제는 버스를 탈 일이 있으면 꼭 들르는 곳이 되었다. 굳이 사람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어 편안하게 느껴지기(언택트) 때문이다. 이 커피가게에서 커피를 사 마시며 생각했다. 이러다가 인간이 필요없어지는 날이 오는거 아닐까?
두 권의 책에서 동시에 느낀 바는, 이도저도 아니어서는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 소비자의 마음을 정말 잘 읽어낸 극도로 감성적인 방법론이 아니라면 물류비용과 인건비용을 대폭 줄여 효율을 극대화 할 것. 미래 사회의 소비자 또한 이 흐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변화의 흐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업도 소비자도 이 변화의 흐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서워 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면 변화의 흐름에 타올라 승리하는 입장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은 그것만을 생각하려 한다.